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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네하이] 거울

[ TKG ] 2015. 5. 29. 23:49



언제부터인지 거울을 보면 내가 보이지 않는다. 거울에 비추어보면 보이는 것은 백발의 '나'.

-안녕?

나를 보며 웃는 '나'다. 내가 무슨 표정을 짓던지, '나'는 늘 웃고있었다. 이죽이며 웃는 '나'는 나를 비웃었다.
거울에 손을 얹자 '나'도 따라 손을 얹었다. 느껴지는 건 차가운 유리의 감촉. 머뭇거리던 나는 입을 열었다.

"당신은 저인가요?"
-너는 어떻게 생각하는데?
"...아마 제 과거와 관련있지 않을까싶습니다."
-흐음, 그래?

그렇다면 그게 맞겠지. 난 너이니까. '나'는 나의 눈을 마주하며 작은 웃음을 내뱉었다.

"아무래도 미친 것 같아."
-하이세, 넌 미치지 않았어. 난 너야. 넌 나이고.

그건 변하지 않는 사실이야. 유리너머의 눈이 빛을 받아 빛났다.

-자, 내 손을 잡아.
"...어떻게...?"
-일단 해 봐. 그렇다면 모든게 달라질거야. 더 이상 아파하지 않아도 돼. 슬퍼하지 않아도 돼.

멍청한 나는 그 말에 속아 손은 내밀었다. 차가운 감촉이 느껴지기 무섭게 무엇인가가 내 팔목을 낚아챘다.
이어 느껴지는 것은 머리를 뒤흔드는 어지러움, 그리고 찰나의 어둠. 정신을 차렸을 때에는 무엇인가가 달랐다.
저 너머에서 보고 있는 것이 내가 아니였으니.

"고마워, 하이세. 아아, 이제 해방이네."
-뭐야, 이게...?!
"이제 이 몸은 내 꺼라는 거지. 보기보단 멍청하구나? 기억만 잃은게 아니라 지식도 잃었나? 난 이렇게 멍청하진 않았는데."
-안 돼!! 돌려줘!!
"늦었어. 이제 내 몸이야. 고맙다. 이제 안녕이네."

거울을 어루만지던 손이 거울 속으로 파고 들었다. 모든게 깨져 제 몸을 찌르는 듯 했다. 아니, 깨진건 내 몸인가? 숨을 쉴 수가 없었다.

"다신 볼 일 없었으면 좋겠네."

깨진 거울조각을 밟으며 입꼬리를 말아올려 웃었다.
더 이상 거울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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