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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데카네] Eclipse #2

[ TKG ] 2015. 3. 11. 21:47










아침을 알리는 알람소리에 부스스 눈을 떠 시간을 확인하였다. 오전 7시 35분. 학교에 가기 위해 준비해야 할 시간이였다. 평소와 같으면 이불에서 일어나 화장실로 향해 세수를 하고 양치를 하며 간단하게 샤워를 한 뒤, 옷을 갖춰입고 가방을 매었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은 달랐다. 몸을 일으키기는 커녕, 알람을 끄기위해 손가락만 간신히 움직였다. 몸이 잘 움직이지 않았다. 왜 이러지. 감기인가. 오늘은 학교를 쉴까. 그런 생각을 하며 이불을 끌어당겼다. 추웠다. 분명 봄일텐데 소름이 돋을 정도로 추웠다.

"연락...해야,하는데..."

목소리도 제대로 나오지 않아 핸드폰을 집어 문자를 보내려했다. 핸드폰을 들고서 홀드를 푸니, 손에 힘이 빠져 떨어리고 말았다. 아, 주워야 하는데...문자, 보내야하는데...
근데, 누구한테 보내야하더라? 왜 보내려 했지? 잡다했던 생각으로 가득했던 머리속이 멈추었다.. 손에서부터 한기가 어리기 시작하며 힘이 전혀 들어가지않았다. 내가 뭘 하려했더라? 아, 졸리다. 그렇게 나는 다시금 잠에 빠져들기 시작한 것 같다. 떨어져있는 핸드폰에 전화가 오는지도 모르고 말이다.

온 몸을 에워 싼 차가운 감각에 눈을 떴다. 밝은 빛이 들어오던 창문으로는 어느 새 노을빛이 들어오고있었다. 지금이 몇시이지. 그런 생각은 들지 않았다.
너무 추워. 잘 움직이지 않는 손으로 이불을 끌어안은 채로 중얼거렸다. 아무도 없는 방 안에는 한기가 감돌았다. 눈을 감고서 덜덜 떨고있던 나는 입술을 꾹 깨물었다. 입술을 짖눌렀자만 아무런 고통이 느껴지지않았다. 아, 이젠 아무것도 모르겠어. 멀어져가는 의식을 붙잡을 생각은 들지않았다. 그냥 지금은 자고싶었다. 자고 일어나면 나아지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나는 정신을 놓으려했다. 누군가의 목소리가 문을 두드리며 울려퍼지기 전까지는.

"카네키!! 너 전화도 안 받고! 문자도 씹고! 왜 학교 안 왔냐고!"

시끄러워. 손으로 귀를 막았다. 듣기 싫어. 듣고 싶지않아. 잘거야.

"문 안 열면 그냥 들어간- 어라? 열려있네? 잠시 실례하겠습니다."

꺼져있는 방 불을 킨 누군가는 나를 보고서 눈이 동그래졌다. 아마 이불을 덮은 채, 둥글게 몸을 말고있는 내가 보였겠지. 그런거 알게뭐야. 그냥 나는 지금 자고 싶어. 졸려. 눈을 감았다. 그래도 계속 누군가가 말을 건낸다. 뭔가 익숙한 기분이 들어. 눈을 뜨고 고개를 돌리니 누군가의 노란 머리가 보였다.

"카네키! 너 괜찮아?!"

카네키? 그게 누구지. 그것 보다도 저 아이는 누구일까. 왜 나에게 이러는 걸까?

"너 왜이리 몸이 차가워?! 세상에, 얼굴 창백한 것좀 봐!"

누군데 내 얼굴을 어루만지는 거야. 그 단순한 말 조차도 내뱉을 수가 없었다.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손가락과 발가락이 굳은 채 덜덜 떠는 것 밖에 할 수없었다.

"각성인가? 이렇게 갑자기? 별로 떨어져있지도 않았는데..."

뭘 어떻게 해야하지...? 이리저리 흔들리는 너의 눈동자를 멍하니 바라만 보았다. 뭔가 기억이 날 듯, 나지않았다. 저 눈, 본 적있는데. 무언가를 머금은 듯한 눈동자, 누구였더라. 나는 나오지 않는 목소리를 쥐어짜며 희미한 소리를 내었다. 히,데.

"카,네키?!!"
"...모,르겠어..."
"뭐?"
"난,누구야...넌,누구..."

모르겠어. 머리가 얼어 붙은 것같아. 바짝마른 입술을 움직이며 몸을 떨었다. 추워...너무 추워...점점 숨쉬는 것조차 힘들어 지는것 같았다. 몸이 말을 듣지 않는다.

" 이 방법 밖에 없나..."

그렇게 너는 중얼거렸다. 초점을 잃어가는 눈동자에 너의 얼굴이 비친다. 미안, 카네키. 조금만 봐줘, 그 말의 뜻을 이해하려하기도 전에 너의 입술이 나에게 닿았다. 살짝 벌어진 입술을 핥고, 빨았다. 숨이 쉬기 어려운 나를 배려하듯이 잠시 떼었다가 다시 입을 맞추었다. 이번에는 조금 깊게, 엄지 손가락으로 턱을 눌러 입을 벌린 뒤 혀로 치열을 훑었다. 혀를 부드럽게 움직여 입천장을 쓸어올리고 매만졌다. 숨이 가빠오면서 몸이 달아올랐다. 움직이지 않았던 손가락과 몸이 움찔거렸다. 나에게 질끈 감은 눈을 살짝 떠 너의 얼굴을 보았다. 이렇게 가까이 있는 건 처음인 것같아. 손으로 너의 뺨에 차가운 내 손을 대었다. 그와 동시에 너의 입술이 떨어졌다. 뺨에 닿은 손을 너의 큰 손으로 감쌌다.
따뜻해. 마주잡은 두 손을 타고서 너의 온기가 전해져 온다. 움직이기 힘들었던 몸이 조금씩 움찔거렸다. 어느정도 몸을 가눌 수 있게 되자, 나는 살며시 고개를 돌려 너와 눈을 맞추었다. 아직도 걱정어린 눈으로 나를 쳐다보는 너. 아, 그래. 따사로운 태양을 품은 눈. 너구나. 나의 태양인 너였어.

"히데..."
"이제 알아보겠어?"
"...응."

맞잡은 손을 꽉 잡으며 남은 한 손으로 내 뺨을 쓰다듬었다. 너의 손길에 미소가 떠오른다. 웃는 나를 보며 눈을 접으며 너는 웃었다. 눈을 느리게 껌뻑이며 바라보고 바라보고 또 바라보았다.

"뭐가 좋다고 웃어."
"글쎼, 잘 모르겠어."
"하여튼."

알다가도 모를 녀석이라니깐. 그렇게 말하며 너는 내 입술을 엄지 손가락으로 쓰다듬었다. 손가락이 쓸고 지나간 입술이 움찔거렸다. 나는 조금 더 너에게 안겼다. 그러자 너는 팔베개를 해주며 남은 한 팔로 나를 끌어안았다. 너의 품에 안겨 푸흐흐, 웃었다. 너는 나의 머리를 쓰다듬기 시작했다.

"카네키."
"응."
"나 잊지마. 절대로 날 잊지마."

아까 네가 못 알아봐서 얼마나 슬펐는지 알아? 나의 머리칼에 너의 숨결이 닿았다. 살랑거리는게 기분 좋았다. 물론 그것때문만은 아닌 것 같지만.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조근조근 말을 건네는 너를 느끼며 잠에 빠지기 시작했다. 점점 나른해져가는 정신과 힘이 풀리는 손과 발, 그리고 느리게 껌뻑이다 이내 굳게 닫힌 두 눈. 나는 그렇게 잠에 빠졌다. 그걸 아는 지, 모르는 지 너는 계속 내게 말을 건냈다. 아까 여기 오면서 되게 화났는데 널 보니깐 그게 또 싹 사라지네. 정말이지 우린 운명인가봐, 카네키. 그렇지 않아? 어라, 자나보네.

"사람 애간장 태워놓고선 자는 거냐."

행여나 잠에서 깰까 팔만을 움직여 이불을 끌어와 덮었다. 넌 추운 건 싫어하니깐. 그렇게 중얼거리며 살며시 머리카락 위로 입을 맞추었다. 잘 자, 카네키. 좋은 꿈 꿔야 해. 그리고선 자신도 눈을 감았다. 조용해진 방 안에 울려 퍼지는 시계소리와 서로의 심장소리를 들으며 태양과 달이 맞닿은 밤은 겹쳐진 채로 더더욱 깊어져만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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