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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새, 하늘이 붉게 물들었다. 바람이 불어와 커튼이 흔들리는 것을 바라보던 그는 시계를 보며 중얼거렸다.
"다들 늦네. 삿씨는 회의 때문이라서 그렇다 쳐도, 우리에는 왜 안 오는 거지."
"오늘 우리에 오프인 걸?"
"뭐? 그 녀석이 오프라고? 오프여도 출근 하던 녀석이 웬 일이래."
"어라, 시라즈 몰랐어?"
오늘 우리에 아버지 기일이잖아. 아마 성묘하러 갔을거야. 순간 숨이 멈췄다. 우리에 아버지의 기일이라니. 전혀 생각지도 못 했다. 생각해보니 아카데미 떄도 이 쯤 되면 늘 사라졌던 그녀를 떠올렸다. 아카데미 떄 한 번도 빠지지 않던 그녀가 일년에 한 번씩 빠지던 날을. 아파도 꼭 수업은 나오던 녀석이였는데 말야. 그는 과거를 생각하며 머리를 긁적였다.
"그럼 저녁은 너랑 나랑 사이코랑 먹는거야?"
"아, 맞아. 오늘 저녁 알아서 챙겨 먹어. 나랑 사이코는 아까 같이 피자 먹었거든."
"뭐? 와, 토오루. 치사하네."
"미안미안, 남기려 했는데, 사이코가 배가 많이 고팠나 봐."
"쳇,알겠어. 그럼 나가서 대충 먹고 들어올게."
"그래, 늦지않게 와. 선생님 걱정하시니깐."
"네네. 알겠습니다."
그는 운동화를 대충 구겨신고는 밖으로 나왔다. 노을이 점점 어둠으로 물들어 가는 중에도 사람들은 많았다. 친구끼리, 연인끼리, 가족끼리. 다들 웃으며 거리를 걷고 있었다. 아, 이거 좀 외로운데. 그는 후드집업의 지퍼를 올리며 생각했다. 주머니에 손을 쳐박고 마땅히 먹을 만한게 있나 거리를 두리번 거렸다. 두리번 거리는 그의 시야에 익숙한 모습이 보였다. 검은 정장을 갖춰입은 그녀였다. 그는 괜히 반가운 마음에 그녀에게 다가갔다.
"야, 우리에!"
"..."
"어, 너 뭐야. 왜 그래?"
가까이 다가가 이름을 부르자 그녀는 흠칫 놀라며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가까이 다가온 그에게 들키고 말았다. 물기가 가득한 벌건 눈을. 너 설마 울었냐? 그의 물음에 그녀는 입을 다물었다.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그녀의 팔을 잡으며 다시 한번 물었다. 울었어? 무슨 일이야?
고개를 숙이며 팔을 뿌리치려 했지만 그는 쉽게 놔주지 않았다. 단단하게 붙잡은 그의 팔을 다른 한 손으로 잡으며 그녀는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못 본척 해. 그냥 가게 내버려 둬, 좀.
그는 평소와는 다른 그녀의 목소리에 불안감을 느끼며 억지로 고개를 들어올리게 했다. 그러자 보이는건 소리죽여 눈물만 뚝뚝 흘리는 그녀의 모습이였다. 당황한 그를 뿌리치고 빠른 걸음으로 걸어가는 그녀를 다시 붙잡았다.
"우리에, 너 괜찮아?"
"...놔."
"이렇게 우는데 어떻게 놔."
"...그냥 좀 두라고, 제발."
"어떻게 그래."
그녀는 그의 말을 듣고서는 입술을 깨물었다. 깨문 입술 옆으로 눈물 한 줄기가 흘러내렸다. 그는 처음 보는 모습에 당황해 붙잡은 팔을 끌어 사람들이 보지 않는 상가의 골목으로 들어섰다. 골목에 들어가 꽉 잡은 손의 힘을 풀고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여전히 소리없이 울고 있었다.
"울거면 소리 내서 울어."
"...싫어."
"너도 참, 쓸데없이 고집은."
"신경 끄라고 했잖아."
"못 끄겠는데 어떡해."
차라리 소리를 내서 울면 덜 안쓰러웠을텐데. 계속해서 흐르는 눈물을 닦아주려 손을 뻗자 그녀는 한 발자국, 뒤로 물러났다 .뻗은 손가락을 무안하게 접으며 그는 한숨을 쉬었다.
아마 아버지 때문이겠지. 검은 정장을 입고서 얼마나 울었을지 감도 잡히지 않았다. 떨어지는 눈물을 닦을 생각도 하지않고서 멍하니 우는 그녀의 눈높이를 맞워 무릎을 살짝 굽히고 물었다. 괜찮아? 그녀는 고개를 떨구며 입술을 깨물었다. 얼마나 세게 물었는지 물은 입술주변이 하얗게 변했다. 안 괜찮구나. 그는 그녀에게 한 걸음 다가섰다. 그녀는 가만히 있었다.
"울지마."
그냥 위로해 줄까 싶어서 눈물이 그렁그렁한 그녀의 눈을 쳐다보았다. 그런데 언듯 지나가는 불빛에 보인 그녀의 붉어진 눈과 그 옆에 살짝 젖어있는 두 개의 눈물점이 순간 예뻐보여서, 잠시 제정신이 아니였나보다. 아마도.
여전히 시선을 피하는 그녀의 눈을 보다 손으로 양 볼을 감싸 그녀의 눈물점에 입을 맞추었다. 다가오는 얼굴에 놀라 눈을 질끈 감은 그녀는 눈 옆에서 이상한 감촉을 느꼈다. 따뜻하면서도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짧게 맞닿은 그의 입술이 떨어지자 그녀는 눈을 뜨고서 그를 보았다.
"...뭐하는거냐."
"울지 말라고...위로?"
"...바보 같아."
너도, 나도. 말하던 입술이 멈추고 또각 소리가 들려오더니 입술에 따뜻한 게 와닿았다. 그녀의 입술이다. 그녀는 가까이 다가와 살짝 발을 들어올려 그의 입술에 자신의 입을 겹치었다.
잠시 그의 입술을 머금은 그녀는 그의 어깨를 살짝 밀치며 떨어졌다. 이술을 만짖작대던 그가 그녀에게 물었다.
"뭐하냐."
"왜, 싫어?"
아니, 싫을리가. 그는 떨어진 거리를 좁혀 그녀의 앞에 섰다. 그리곤 그녀의 뺨을 살며시 어루만지며 고개를 틀어 다시 한번 입을 맞추었다. 살짝 닿은 입술은 짧게 한 번, 두 번. 그녀의 입가를 훑었다.
그녀가 그의 등언저리를 부여잡자, 그는 손가락으로 턱을 지긋이 눌러 입을 벌리고 조심스럽게 들어왔다. 살짝 놀라 뒷걸음질하는 그녀의 머리가 행여나 벽에 부딪힐까 머리뒤로 손을 얹어 벽에 몸을 살짝 밀었다. 벽에 두 사람의 몸을 기대고서 그는 그녀를 맛보았다.
가까워질대로 가까워져 두 사람의 몸이 서로의 몸을 달아오르게 했을 즈음, 그는 그녀에세서 입을 떼었다. 입을 떼자, 고개를 옆으로 돌리는 그녀를 가까이에서 바라보았다. 벌겋게 된 눈보다 훠씬 붉어진 뺨과 양쪽 귀를 보고서 어깨에 고개를 묻고서 푸흐흐, 웃었다.
"왜 웃어."
"아, 말하면 화낼것 같은데."
"뭔데."
"화 안 낼거야? 그럼 얘기 해주고."
"알았으니깐 말 해."
그는 그녀의 입술을 손가락으로 스윽 훑으며 귓가에 속삭였다. 귀여워서. 그 소리를 듣자, 그녀의 눈이 동그래졌다. 눈을 마주하고 픽, 웃자 그녀가 하이힐로 다리를 걷어찼다.
"아, 안 때린다며!"
"화 안 낸다고 했지, 안 뗴린다고 안 했어."
아까 울던 아가씨는 어디 갔는지 다시 새초롬해진 그녀를 보자 그는 마음이 조금 놓였다. 그것과는 별개로 다리가 굉장히 아파왔지만.
어느 정도 진정된건지 평소의 모습으로 돌아온 그녀를 보며 그는 살짝 웃었다. 대화가 사라진 두 사람 사이에 잠시 어색한 기운이 감돌았지만, 분위기를 바꾸려는 듯 그는 허리에 손을 얹고서 당당하게 말했다.
"쿠키, 배 안 고프냐?"
"...지금 밥 타령하는 거냐? 시라즈?"
"나 저녁먹으러 나왔다가 너 만나서 지금 이렇게 된건데? 아, 싫음 말던가. 난 먹고 들어갈테니깐 먼저 가있던가."
"...같이 가."
...저녁 아직 안 먹었으니깐. 눈을 피하며 그녀가 말했다. 아, 알겠다고. 가자, 쿠키. 이름을 부르며 바람에 차가워진 손을 살짝 잡으며 그녀를 이끌었다. 그녀가 눈을 크게 뜨며 따라오자 그는 뒤돌아 보며 환하게 웃었다. 이 주변에 냉모밀 맛집있대. 거기 가자. 그러던가. 맞잡은 손을 움켜잡으며 그녀는 웅얼댔다 .손 잡고 걸어가는 두 사람 위로 어둠이 내린 하늘의 별이 빛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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