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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라사이] 감기

[ TKG ] 2015. 1. 31. 14:50

 

 

W. Aria

 

 

 

 

 

 

 

 

모두가 일을 마친 뒤, 집에 모인 저녁시간이다. 삿씨는 누구보다 먼저 집에 들어오셔서 우리들의 저녁을 하신다. 삿씨와 함께 들어온 무츠키가 간단한 요리를 돕고, 나도 식사준비를 거든다. 그 와중에 우리에 녀석은 거실에 앉아서 신문을 본다. 야박한 녀석. 접시를 나르며 이를 빠득 갈았다.

 

"시라즈, 가서 사이코쨩 좀 깨워줄래?"

 

"? 그 녀석 어차피 안 일어날 텐데요?"

 

"그래도 아침도 제대로 안먹었을텐데, 한번 깨워보는게 낫지 않을까?"

 

 

싱긋 웃으며 얘기하는 삿씨의 말에 따라 2층으로 올라가 사이코 녀석의 방문을 두드렸다. 명쾌하게 울려 퍼지는 똑똑 소리와는 대조되게 방안은 조용했다.

 

 

"--!! 일어나!! 밥 먹어!!"

 

"……."

 

"일어나라고!! ? 안 들려?! 해가 떴다 진지가 언젠데 아직도 자냐!!"

 

"……."

 

", 몰라. 난 분명 깨웠다!! 나중에 배고프다고 징징대지 말라고!!"

 

 

소리를 고래고래 질러도 아무런 대답도,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역시 자는 건가. 한번 문을 발로 찬 뒤, 머리를 벅벅-긁으며 계단을 내려갔다.

 

 

"삿씨, 사이코 녀석 자나봅니다. 아무런 대답이 없네요."

 

"그래? 그럼 사이코 밥은 따로 담아둬야겠네."

 

"그냥 굶기세요. 굶어봐야 정신 차리죠."

 

"그럼 분명 컵라면으로 끼니때울꺼야. 그런 건 몸에 좋지 않으니깐."

 

 

역시 삿씨는 상냥하시네요. 식탁의자에 털썩 앉았다. 푸짐하진 않지만 맛깔나게 차려진 밥상을 보니 군침이 절로 났다.

 

 

 

"잘 먹겠습니다!"

 

"잘 먹겠습니다. 선생님."

 

"…….잘 먹겠습니다."

 

"그래, 많이들 먹어."

 

 

삿씨가 차려주신 저녁을 먹으며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저 녀석, 며칠 동안 방에서 안 나왔더라. 본 기억이 없는데 말이지. 입에 밥을 한 가득 넣고 우물거리며 2층 쪽을 바라보았다. 제대로 밥 먹는 꼴을 못 봤는데 말이지. 꿀꺽 삼키며 속으로 읊조렸다.

 

 

 

 

 

 

 

 

 

 

 

 

모두가 잠든 새벽, 저녁을 먹고 난 뒤에 계속 머릿속에서 맴도는 생각에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침대에 누워있다 일어나 부엌으로 향해 전기밥솥에 있는 밥을 조금 덜어내고 반찬 몇 가지를 냉장고에 꺼내 쟁반에 담았다. 내가 왜 이런 짓까지 해야 하는 거지. 이런 생각도 조금 들었지만, 이미 몸은 움직이고 있었다.

 

 

 

-똑똑

 

 

 

"어이, 사이코. 문 좀 열어봐."

 

 

 

"--!! 밥 가져왔어! 문 열어."

 

 

기껏 밥도 가져왔건만 아무런 대답이 없다. 설마 아직까지 자는 건 아닐 테고, 또 나는 조개~대합조개~ 이러고 있는 건가. 정말이지 이상한 녀석이라니깐.

 

"사이코, 밥 먹어라. ?"

 

"……."

 

"문 부숴 버리기 전에 열-"

 

저 녀석 깨우자고 모두를 깨울 수는 없으니 조용한 목소리로 단호하게 말하며 문고리를 잡아 돌렸더니, 늘 잠겨있던 문은 생각보다 쉽게 열렸다. 순간 멍-해진 나는 문을 열고 방 안으로 들어갔다. 역시나 커튼 때문에 어두컴컴한 방 안. 침대 위의 여러 겹의 이불이 조금씩 움직이는 것이 보인다. 이불을 확 들추니 잔뜩 웅크리고 웅얼대고 있는 녀석이 보인다.

 

 

"어이, 사이코. 지금 시간이 몇신줄 알아? 일어나서 밥 먹어라. ?"

 

"............"

 

"…….? 뭐라는 거야? 크게 말해."

 

"..라즈........ㅏㅍ..."

 

"뭐라고?"

 

 

그 녀석이 내 이름을 부르며 내 손목을 잡았다. 잡힌 손목으로 뜨거운 체온이 느껴졌다. 잠깐만, 이 녀석 왜 이리 뜨거워?

 

 

"왜 이렇게 뜨거워? 사이코, 너 어디 아파?"

 

"시라즈으...으으..."

 

"잠깐만, 이마 좀 만져보자."

 

 

사이코의 이마 위에 손을 올리자 흥건한 물기와 함께 상당한 열이 느껴졌다. 생각보다 심각해보였다.

 

 

"시라즈으......죽는다아...죽을거야아아...으으"

 

"죽긴 무슨!! 기다려. 체온계 가져올 테니깐."

 

 

저 멀리 던져두었던 이불을 다시 곱게 덮어주고는 다급히 1층으로 뛰쳐내려갔다. 거실 서랍 안에 있었던 것 같던데, 어디 있는 거지? 이리 뒤지고 저리 뒤져도 찾는 것은 보이지 않았다. 서랍을 한참 뒤지다가 구석에 쳐박혀있는 체온계를 발견했다. 그걸 들고서 2층으로 뛰어가 사이코 녀석에게 향했다. 이불을 조심스럽게 들춰내고 뜨거운 몸을 살짝 옆으로 돌려 귀에 체온계를 꽂았다. 잠시 뒤, -소리와 함께 글자가 떴다. 38.9. 조금 위험한 것 같았다.

 

 

"사이코, 너 언제부터 이랬어?"

 

"그을쎄에...어제..? 엊그제...?"

 

"미련하긴. 아프면 말을 해야지."

 

"움직일 수가 없었다구우!! 으에...핑글핑글..."

 

"알았어. 기다려, 물수건 가져올게."

 

 

 

지금 이 몸으로는 함부로 병원에 갈수도 없고 약도 함부로 먹을 수 없다. 할 수 있는 것이라곤 물수건으로 열을 식히며 열이 내리기만을 바랄뿐. 그것 밖에는 할 수 없다.

사이코의 방에서 나와 대야에 물을 담고서 부엌에서 얼음을 꺼내 부었다. 물에 충분히 적신 수건을 꼭 짜 물기를 최대한 제거한 후 이마위에 조심스럽게 올려두었다.

 

 

", 차가워어..."

 

"참아. 너 지금 열 엄청 난다고."

 

"으으...차갑다아...이마가 언다아..."

 

"아프다는 게 입만 살아서..."

 

 

쨍알쨍알 대는 거 보면 멀쩡한 것 같기도 한데. 턱을 괴고서 멍하니 사이코를 바라보고 있었다. 사이코 녀석이 눈을 감고서 내게 말했다.

 

 

"시라즈..."

 

"?"

 

"배고파아..."

 

"...못살아, 정말."

 

 

아까 문 옆에 두었던 쟁반을 들고서 녀석의 옆에 앉았다. 옆에 앉은 나를 보고서 어렵사리 몸을 일으켜 부들거리는 손으로 숟가락을 집으려고 하는 녀석을 보니 '정말 귀찮게 하는 녀석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됐으니깐 입 벌려."

 

"?"

 

"-하라고. 먹여 줄 테니깐."

 

 

에에, 웬일이래. 고개를 갸웃하더니 입을 애기새 마냥 벌리는 녀석의 입에 밥을 조금 떠서 넣어주었다. 앙 하고 다문 입이 우물우물 거린다.

 

 

"꼭꼭 씹어 먹어라. 체하면 더 고생한다."

 

",아라써."

 

"다 먹고 얘기해. 이 녀석아."

 

 

고개를 살짝 끄덕이더니 또 입을 벌린다. 이번엔 반찬도 같이 줄까나. 밥 한 숟갈위에 오징어채를 살짝 얹어서 입에 넣어줬다. 맛있는지 눈감고 우물거리는 녀석을 보니 웃음이 절로 나왔다. 그렇게 몇 번 먹여주니 밥그릇이 깨끗하게 비었다. 정말이지 잘 먹는 녀석이라니깐.

 

 

"으아, 배부르다."

 

"그러니깐 굶지 말고 제때 나와서 밥 좀 먹어라."

 

", 알겠습니다아."

 

 

말은 잘해요. 가볍게 머리를 쓰다듬고서 쟁반을 들고서 나갈 준비를 했다. 그러자 녀석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시라즈, 나갈 꺼야?"

 

". 쟁반 치우고 정리한 다음 나도 자야지. 너도 얼른 자라."

 

"으응……."

 

 

뭔가 뚱한 표정으로 입을 내밀고 이불을 덮는 사이코에게 물수건을 다시 제대로 해준 다음 불을 끄고 잘 자라고 한 뒤, 조심스럽게 방문을 닫고 나왔다. 쟁반을 들고 계단을 내려가는데 계속 사이코의 뚱한 표정이 떠올랐다. 여태까지 봐온 녀석이 그런 표정을 지을 때는 무엇인가를 원할 때, 하지만 말을 하지 못할 때. 그런 표정을 하는데 말이지…….

 

 

"왜 그런 표정을……."

 

 

깨끗하게 비운 그릇에 물을 부으며 중얼거렸다. 그릇에 물이 넘치는 걸 바라보며 순간 삿씨가 했던 이야기가 떠올랐다. 어머니라는 사람에게 그닥 사랑받고 자라지 못했던 녀석. 그래서 자신에게 잘해주고 예뻐 해주는 삿씨에게 어리광을 부리는 그 녀석. 괜스레 마음 한 구석이 아려왔다. 이유는 잘 모르겠다. 그냥 아려왔을 뿐이라서.

 

 

 

 

 

 

 

 

 

 

 

 

 

 

 

 

아직 머리를 지끈지끈하게 만드는 두통과 열 때문에 아직 잠을 이루지 못하는 그녀는 몸을 뒤척이며 끙끙 거리고 있었다. 아아, 정말 죽는건가아아. 중얼중얼 거리며 눈만 끔뻑끔뻑대고있던 그녀의 귀에 무슨 소리가 들려왔다. 복도를 걷는 발자국 소리. 그리고 들려오는 문이 열리는 소리. 누구지? 어렵게 몸을 돌려 제 방에 들어온 사람을 확인하려하니 머리 위로 손길이 느껴졌다.

 

 

"그냥 있어. 아직도 안자고 뭐하냐."

 

"...시라즈?"

 

". 나다."

 

 

그는 침대 옆으로 의자를 끌어다 앉아 수건을 다시 물에 적셔 꼭 짠 뒤, 머리에 올려주었다. 그녀는 갑자기 다시 들어온 그의 행동이 의아했지만, 싫지는 않았다.

 

 

"밤새 열이 더 오르면 큰일이니깐, 그러니깐 온 거야."

 

"에에, 그렇구나."

 

"그래."

 

"저기, 시라즈."

 

"?"

 

 

갑자기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그녀를 바라보며 답했다. 그러자 그녀가 살짝 고개를 돌리며 얘기했다. 고마워, 시라즈.

 

 

", 그야 난 반장이니깐! ,당연한 일을 했을 뿐이야!"

 

"네네, 그러시구나."

 

 

그녀가 가볍게 웃었다. 그는 방안이 어두워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자신의 붉게 달아오른 얼굴이 들키지 않아서 말이다. 물론 그건 그녀도 마찬가지였다. 저기, 시라즈. ? 나 토닥토닥 해주면 안 돼? 귀찮게 하네, 정말. 말은 퉁명스럽지만 곧 이불 위로 톡, 톡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에 그녀는 잠이 들기 시작했고, 그는 그런 그녀를 보며 싱긋 웃을 뿐이었다. 그렇게 밤은 깊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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