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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초등학교에 입학하였을 때, 시끌벅적한 교실 안에는 두 아이가 있었다. 시라즈는 활발한 아이였고 우리에는 사교성이 전혀 없는 아이였다. 성격이 전혀 다른 둘은 아무 생각없이 뽑은 제비때문에 짝꿍이 되었다.
한 아이는 친해지려했고, 한 아이는 모든 것을 무시했다. 그것이 시발점이였던 것 같다. 이 지긋지긋한 악연의 시작이.
처음 본 그때는 몰랐을 뿐이다. 그 두 사람이 초등학교를 다니는 6년동안 같은 반이 될 것이라는 것을 알지 못했을 뿐이다.
6년동안 같은 반이였다고 해서 두 사람이 둘도 없이 친해진 것은 아니였다. 그저 우리에에게는 얼굴과 이름을 아는 몇안되는 사람중 하나였고, 시라즈에게는 유난히 까칠하고 붙임성없는 범생이라고 생각했을 뿐이다.
시라즈가 숙제를 안 했으면 한심한 눈빛으로 숙제를 빌려주는 유일한 아이였고, 아이들에게 따돌림받을 수도 있던 우리에를 감싸며 아이들에게 이해를 구하던 유일한 아이였다.
그러면서 조금씩 가까워져갔다. 그렇게 친밀한 정도로 가깝지는 않았지만, 서로에게 나쁘지 않은 감정을 쌓아갔다.
그렇게 지내던 중, 어느 새 곧 중학교에 갈 때가 다가왔다.
여느때와 다름 없는 날이였다. 평소와 같은 날이였지만 우리에에게는 달랐다. 숙제를 빌려달라는 말이 아닌 다른 말을 하던 시라즈때문이였다.

"오늘 시간있냐."
"학원은 안 가는데, 왜."
"그,그냥 너한테 뭣 좀 물어볼게있어서."
"지금 물어봐."
"아니, 조금 이따가...그러니까 고민상담같은건데..."
"그걸 왜 나한테 해?"
"아니, 넌 똑똑하잖냐. 그러니까...하여튼 시간은 되는거지? 8시에 우굴공원에서 만나."
"...그래."

말을 마친 시라즈는 '그럼, 꼭 나와!'라는 당부와 함께 쏜살같이 사라졌다. 뭔가 폭풍같이 지나간 대화를 곰씹어보며 우리에는 자신의 자리에 앉았다.
조금은 어이없었지만, 웃음이 나왔다. 우리에는 책상에 얼굴을 파묻었다.





* * *





약속장소에 도착해서 시게를 보았다. 7시 56분. 늦지는 않았네. 우리에는 흘러내린 책가방을 바로 매었다.
공원 안으로 좀 들어가니 그네에 앉아 하늘을 바라보는 시라즈가 보였다. 우리에는 말없이 옆의 그네에 앉았다. 인사도 없이 두 사람은 가만히 앉아있었다.

"야."
"왜."

침묵을 깬건 시라즈였다. 흔들거리며 녀석은 우리에를 불렀다. 짧은 대답을 들으며 시라즈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나 좋아하는 사람 생겼다."
"...누군데."
"글쎄. 너도 잘 아는 사람이야."

같은 반인가. 우리에는 낮게 읊조렸다. 그 낮은 혼잣말을 못들은건지, 무시하는건지 시라즈는 말을 이어나갔다.

"그 녀석, 생긴건 예쁘게 생겨서 성격은 엄청 못되먹었거든. 말 할때 한 번도 예쁘게 말 해준적도 없고."
"그딴 녀석이 뭐가 좋다고 그러냐."
"그러게. 내가 봐도 내가 돌은 것 같은데 오죽하겠냐."

그 아이 생각을 하고, 그 아이의 말을 하면서 웃는다. 여태까지 봐온 시라즈의 웃음중에서 제일 좋아보인다. 어째서인지 우리에는 가슴 한 켠이 불편해져왔다.

"걔 공부 되게 잘한다? 완전 범생이라서 선생님들도 좋아해. 선생님들한테는 예의바르거든."

고개를 밑으로 숙인 채, 발로 돌멩이를 툭툭, 건드리는 우리에를 흘깃 쳐다보더니 시라즈는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서 고백하려고."

그 한마디에 우리에는 그네에서 박차고 일어섰다. 당황한 듯, 따라 일어선 시라즈에게 우리에는 이를 빠드득 갈며 냉랭하게 쏘아붙였다.

"...잘 해보던가."

바닥에 놓여진 가방을 들고서 제 집의 방향으로 몸을 틀자 자신의 팔목을 잡아세우는 손길이 느껴졌다. 시라즈다.

"야! 어디 가! 우리에!"
"할 말 끝난거 아니야? 더 이상 들을 이유 없어."
"안 돼! 니가 끝까지 들어줘야된다고!"
"내가 왜."

어째서인지 모르게 화가 났다. 모르는 사이도 아니고 흔히들 말하는 베스트프렌드도 아니다. 저 녀석과는 그냥 아는 사이일 뿐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니까 그냥 고민상담 좀 해달라고 했을 때, 들어준 것 뿐이다. 그것 뿐인데 그 일이 이렇게 짜증날 줄 몰랐다.
이럴 줄 알았으면 바쁘다고 하고서 거절할걸. 우리에는 날카롭게 시라즈를 째려보았다. 그러자 시라즈는 머뭇거리며 입술을 움찔거렸다.

"그거야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너니깐. 병신아!!"

큰 소리가 잦아들어 적막함이 감도는 놀이터에는 오래된 그네가 삐걱대는 소리만 울려퍼졌다. 어둠을 살며시 비추는 가로등 불빛에 시라즈의 발게진 얼굴이 보였다. 우리에는 혼란스러운 머리를 진정시키며 입을 열었다.

"예쁘다며."
"내 눈엔 니가 제일 예뻐보여."
"성격 더럽다며."
"그건 너도 잘 알지 않냐."
"...이해가 안 돼."
"나도 널 왜 좋아하는지 이유를 모르겠거든."

이리저리 눈을 굴리고, 계속해서 머리는 긁적이고, 평소와 달리 떨리고 낮은 목소리가 말해준다. 이것은 진심이라고. 6년간 어렵사리 쌓아온 감정이라고. 그렇게 온 몸으로 우리에에게 말했다.

"그,그러니까아 우리에."

나랑 사귀자. 용기를 내어 입 밖으로 꺼냈다.
느껴진다. 시라즈녀석의 마음이 우리에에게로 전해진다. 아마 녀석의 심장은 주체할 수 없이 뛰고 있겠지. 아마 그럴거야.

"누가 너같이 멍청하고 다혈질인데다가 못생긴 바보랑 사귀냐."
"하아? 우리에, 말이 심하잖냐?!"

지금 나도 그러니까. 두근거리는 심장이 냉철하던 머리를 물들였다. 물들어서 붉으스름해진 머리가 시키는 대로 우리에는 성큼성큼 다가서서 시라즈의 볼에 살며시 입술을 가져다대었다. 상황파악이 안되는지 멀뚱멀뚱 쳐다보던 시라즈의 눈이 서서히 당혹스러움으로 물들었다.

"야,야!!! 우리에?!?!"
"뭐."
"아니,그게. 지금 뭐한거냐고??!!"
"뽀뽀."
"야, 임마!!!"
"...좋아하니까 한건데 뭐 문제있냐고."

시라즈는 자신의 귀와 눈을 의심했다. 태연하게 말하는 우리에의 어둠 속에 가려진 우리에의 두 볼의 홍조를 보았다.
괜히 웃음이 터져나왔다.

"뭐라구우?"
"아, 몰라."
"야, 다시 한 번만 말해줘. 뭐라고?"
"꺼져."
"리에도령. 한 번만 더 말해주세요!!"
"아, 꺼져. 새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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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네하이] 거울

[ TKG ] 2015. 5. 29. 23:49



언제부터인지 거울을 보면 내가 보이지 않는다. 거울에 비추어보면 보이는 것은 백발의 '나'.

-안녕?

나를 보며 웃는 '나'다. 내가 무슨 표정을 짓던지, '나'는 늘 웃고있었다. 이죽이며 웃는 '나'는 나를 비웃었다.
거울에 손을 얹자 '나'도 따라 손을 얹었다. 느껴지는 건 차가운 유리의 감촉. 머뭇거리던 나는 입을 열었다.

"당신은 저인가요?"
-너는 어떻게 생각하는데?
"...아마 제 과거와 관련있지 않을까싶습니다."
-흐음, 그래?

그렇다면 그게 맞겠지. 난 너이니까. '나'는 나의 눈을 마주하며 작은 웃음을 내뱉었다.

"아무래도 미친 것 같아."
-하이세, 넌 미치지 않았어. 난 너야. 넌 나이고.

그건 변하지 않는 사실이야. 유리너머의 눈이 빛을 받아 빛났다.

-자, 내 손을 잡아.
"...어떻게...?"
-일단 해 봐. 그렇다면 모든게 달라질거야. 더 이상 아파하지 않아도 돼. 슬퍼하지 않아도 돼.

멍청한 나는 그 말에 속아 손은 내밀었다. 차가운 감촉이 느껴지기 무섭게 무엇인가가 내 팔목을 낚아챘다.
이어 느껴지는 것은 머리를 뒤흔드는 어지러움, 그리고 찰나의 어둠. 정신을 차렸을 때에는 무엇인가가 달랐다.
저 너머에서 보고 있는 것이 내가 아니였으니.

"고마워, 하이세. 아아, 이제 해방이네."
-뭐야, 이게...?!
"이제 이 몸은 내 꺼라는 거지. 보기보단 멍청하구나? 기억만 잃은게 아니라 지식도 잃었나? 난 이렇게 멍청하진 않았는데."
-안 돼!! 돌려줘!!
"늦었어. 이제 내 몸이야. 고맙다. 이제 안녕이네."

거울을 어루만지던 손이 거울 속으로 파고 들었다. 모든게 깨져 제 몸을 찌르는 듯 했다. 아니, 깨진건 내 몸인가? 숨을 쉴 수가 없었다.

"다신 볼 일 없었으면 좋겠네."

깨진 거울조각을 밟으며 입꼬리를 말아올려 웃었다.
더 이상 거울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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