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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데카네] -무제

[ TKG ] 2015. 2. 12. 23:20


햇빛이 어지럽게 흩날리는 날이였다. 햇님과 함께 어우러져 살랑이는 꽃들 사이에 앉아 콧노래를 흥얼거리는 한 아이. 넓게 퍼진 치마 위로 꽃잎 한 장이 내려 앉았다. 조심스레 손 위에 올려 입바람을 부니 바람을 타고 멀리 날아간다. 꽃을 향해 나훌나훌 날아오는 나비를 보아하니 어느덧 봄이 온 것 같았다. 나비가 제 주변을 맴돌기에 손가락을 뻗자 그 위로 나비가 날개짓을 멈추고 사락, 내려앉는다. 사박사박, 풀잎을 따라 걸어오는 발자국 소리가 들려온다. 그 소리에 놀라 날개를 펼쳐 날아가는 나비를 쫓아 고개를 돌리니 저를 보며 환히 웃는 사내가 보인다.


"나비가 보는 눈이 있네."

"히데, 언제 왔어?"

"방금. 어르신께서 부르셔, 카네키."


바람에 휘날린 머리칼을 정돈하며 걸어오는 사내를 보며 싱긋 웃어보인다. 어르신이 어쩐일로 부르실까. 눈이 시리도록 푸르른 하늘을 보며 중얼거리자 산들바람이 불어와 머리카락을 잔뜩 흩뜨려 놓는다.


"설마 혼나는건 아니겠지?."

"지난 번에 자기 깬거 들켰나?"

"자기를 깬건 히데였잖아."

"같이 있었잖아."

"너무하시네요. 정말이지, 이러시면 다 말해버릴겁니다?"

"너무한게 누군데... 자자, 어서 가시지요. 낭자."

"그 소리 싫어하는거 뻔히 아시면서 그리 하셔야겠습니까?"


농입니다만? 짖궂게 웃는 그의 모습에 작은 실소가 터진다. 예나 지금이나 변한게 없구나. 장난 치는 거나, 햇살같이 따스히 웃어주는거나.


어릴 적 부터 서로가 전부였다. 지옥같던 난중에 부모를 잃은 아이들은 서로를 의지하며 살아왔다. 그렇게 그 두 아이는 살기위해 기방에 들어왔다. 한 아이는 흥을 즐길 줄 알기에, 거문고를 배워 솜씨좋은 악공이 되었다. 또, 한 아이는 외모가 뛰어나고 몸의 선이 고와 춤을 추는 무희가 되었다. 물론 기방에서 일하는 무희는 여자뿐이지만, 그 아이는 그것을 감수하겠다며 제 스스로 치마를 두르고 춤을 추었다. 제 벗이 연주하는 거문고의 선율에 맞추어 나비의 날개짓을 흉내내는 무희는 기방의 제일가는 명물이 되었다.


그런 곱디 고운 아이를 유흥으로 삼으며 즐기고자 하는 이들도 많았다. 여태 접근한 자들은 사내라는 사실을 알면 대부분 실망하며 포기했다. 허나, 이번에 온 사내는 호락호락 하지않았다. 무희가 자신의 밤시중을 들지않는다면 그 아이는 물론, 여기 기방도 무사하지 못할 것이라는 이야기였다. 행수의 부름을 듣고 온 무희가 들은 이야기가.


"...그렇게 되었다. 미안하구나,카네키."

"행수 어르신, 그게 무슨!"

"높으신 분들의 말을 함부로 거스를수는 없단다. 정말 미안하구나. 애야."


방금 들은 말이 참인지, 거짓인지 알 수 없었다. 밤 시중을 들라는 말은 몸을 팔라는 것과 다름이 없었다. 자신이 사내인 걸 알텐데도 시중을 들라니. 하지만, 이것 밖에 방법이 없다면...


"아닙니다. 저희를 거둬주시고 길러주셨습니다. 어르신께 보은을 갚는다고 생각하겠습니다."

"카네키!"

"히데, 어쩔 수 없잖아."

"그래도 이건-!!"

"히데, 난 괜찮아. 그러니깐 걱정하지마."

"카네키..."

"...괜찮아, 나는."


카네키는 애써 웃어보였다. 더 이상 걱정시킬수는 없었다. 한번만 눈 감고 흙탕물에 뒹군다고 생각하면 된다. 그거면 이 소란도 잦아들 것이다. 그거면 된거야. 그리 생각하며 치마자락을 꼭 쥐었다. 사내를 맞이할 준비를 하기 위해 행수어른의 손을 잡고서 걸어가는 그 아이를 바라보는 그의 벗은 주먹을 쥐며 이를 갈았다. 그런 표정을 하면서 괜찮다고 하면 다냐.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억누르며 그 아이의 발자국만을 바라보았을 뿐이다.






* * *


계집애마냥 치렁치렁한 옷을 입고 머리에는 무거울 정도의 비녀를 꼽았다. 몸 치장을 도와준 뒤, 힐끗힐끗 쳐다보는 기생들이 나갔다. 카네키는 멍한 눈으로 거울을 바라보았다. 지금 이 꼴이 너무 우스웠다. 절대 지금 이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않았다. 여자와 같이 치장한 이 모습을, 다른 남자에게 안기려 가는 제 모습을 보이기 싫었다. 그는 거울을 보며 웃었다. 깔깔 거리며 웃었다. 화려한 제 자신이 너무나도 보잘것없고 초라해서 웃었다. 그리고 울었다. 입은 웃고있었으나 눈을 울고있었다. 눈물이 흘러넘쳤다. 가슴이 답답해지기 시작했다. 주먹으로 가슴을 치며 울었다. 자신이 너무 미워서, 내가 너무 미워서.


하늘도 무심하시지. 제게 왜 그러십니까. 그리 외치며 울고 웃었다.


"무서워...도망치고 싶어..."


속마음을 내뱉으며 눈물을 흘리자, 문이 열렸다. 그리고 그가 보였다. 절대 이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던 그가 문 앞에 서있었다.


"ㅎ,히데..."

"그렇게 울거였으면 웃어주지를 말았어야지."

"..."


카네키, 도망가자. 머리에 꽃힌 비녀를 뽑으며 담담하게 말하는 그를 보았다. 히데, 지금 무슨? 떨리는 목소리로 되물었다.


"도망가자니?! 그게 무슨-"

"카네키."


난 네가 그 누구보다 소중해. 어릴떄부터 다짐했잖아. 널 지켜주기로. 그렇게 말하며 숨통을 조르던 허리끈을 풀어주었다.


"나와 도망가자."



그렇게 두 사람은 달리기 시작했다. 그 둘이 기방을 나선지 얼마 되지않아, 무희를 데릴러온 기생이 비어있는 방을 보고 행수어르신꼐 고했다. 그 소식을 들은 사내는 불같이 화를 내며 당장 무희를 잡아 내 앞에 갖다 바치라하였다. 기방 행수는 자신의 기방을 지키기 위해 알겠다며 머리를 조아렸다. 허나, 자신들을 보듬어주고, 먹여살려주었던 기방을 배반하고 도망친 악공과 무희를 위해 달에게 빌었다. 제발 잡히지 말고 멀리 도망쳐달라고, 행수는 빌었다.





* * *




달님이 길을 밝혀주는 숲 속을 뛰어다니던 두 사람은 이 밤을 지낼 장소를 찾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작은 동굴을 발견하였고, 그 안에 들어가 몸을 숨기었다. 쉴세 없이 뛰느라 동굴안에는 숨소리로 가득찼다. 그리고 그 소리가 잦아들기 시작하자, 동굴에는 침묵이 감돌았다. 그 침묵을 깨트린 것은 떨리는 목소리였다.

"무서워...너무 무서워, 히데."

"괜찮아, 괜찮을거야."

두려워하며 우는 카네키를 괜찮을거라며 따스히 안아주는 그의 몸이, 그의 목소리가 떨렸다. 어떠한 것도 보이지 않게 제 품에 꼭 끌어안아 토닥여주는 그의 손길을 느끼며 흐느꼈다. 우리 이래도 괜찮을까? 눈물이 흘러 그의 옷깃을 적셨다. 그는 말없이 더 꽉 끌어 안았다.

"카네키."

"응, 히데."

괜찮을거야. 괜찮아. 괜찮을거라며 같은 말만 되풀이 하는 그가 이상하여 품에서 벗어나 얼굴을 보려하자 팔로 몸을 감싸 벗어나지 못하게 하였다. 히데? 그의 이름을 부르자 그는 속삭였다. 보지마. 지금 내 모습 보지마. 부탁이야. 물기어린 목소리가 나즈막히 울려펴졌다.
이 못난 사람아. 내가 뭐라고...웅얼거리며 그의 품에 더 파고들며 손으로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러게. 이 못난 게 뭐라고. 그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모든 것을 져버리더라도 서로가 있다면 상관없다. 그렇게 애써 다독이며 눈을 감았다. 서로의 품에서 잠들며 생각했다. 어릴 때 부터 함께였으니, 앞으로도 함께 하자고. 그렇게 힐끗 보이는 달님께 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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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라사이] 감기

[ TKG ] 2015. 1. 31. 14:50

 

 

W. Aria

 

 

 

 

 

 

 

 

모두가 일을 마친 뒤, 집에 모인 저녁시간이다. 삿씨는 누구보다 먼저 집에 들어오셔서 우리들의 저녁을 하신다. 삿씨와 함께 들어온 무츠키가 간단한 요리를 돕고, 나도 식사준비를 거든다. 그 와중에 우리에 녀석은 거실에 앉아서 신문을 본다. 야박한 녀석. 접시를 나르며 이를 빠득 갈았다.

 

"시라즈, 가서 사이코쨩 좀 깨워줄래?"

 

"? 그 녀석 어차피 안 일어날 텐데요?"

 

"그래도 아침도 제대로 안먹었을텐데, 한번 깨워보는게 낫지 않을까?"

 

 

싱긋 웃으며 얘기하는 삿씨의 말에 따라 2층으로 올라가 사이코 녀석의 방문을 두드렸다. 명쾌하게 울려 퍼지는 똑똑 소리와는 대조되게 방안은 조용했다.

 

 

"--!! 일어나!! 밥 먹어!!"

 

"……."

 

"일어나라고!! ? 안 들려?! 해가 떴다 진지가 언젠데 아직도 자냐!!"

 

"……."

 

", 몰라. 난 분명 깨웠다!! 나중에 배고프다고 징징대지 말라고!!"

 

 

소리를 고래고래 질러도 아무런 대답도,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역시 자는 건가. 한번 문을 발로 찬 뒤, 머리를 벅벅-긁으며 계단을 내려갔다.

 

 

"삿씨, 사이코 녀석 자나봅니다. 아무런 대답이 없네요."

 

"그래? 그럼 사이코 밥은 따로 담아둬야겠네."

 

"그냥 굶기세요. 굶어봐야 정신 차리죠."

 

"그럼 분명 컵라면으로 끼니때울꺼야. 그런 건 몸에 좋지 않으니깐."

 

 

역시 삿씨는 상냥하시네요. 식탁의자에 털썩 앉았다. 푸짐하진 않지만 맛깔나게 차려진 밥상을 보니 군침이 절로 났다.

 

 

 

"잘 먹겠습니다!"

 

"잘 먹겠습니다. 선생님."

 

"…….잘 먹겠습니다."

 

"그래, 많이들 먹어."

 

 

삿씨가 차려주신 저녁을 먹으며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저 녀석, 며칠 동안 방에서 안 나왔더라. 본 기억이 없는데 말이지. 입에 밥을 한 가득 넣고 우물거리며 2층 쪽을 바라보았다. 제대로 밥 먹는 꼴을 못 봤는데 말이지. 꿀꺽 삼키며 속으로 읊조렸다.

 

 

 

 

 

 

 

 

 

 

 

 

모두가 잠든 새벽, 저녁을 먹고 난 뒤에 계속 머릿속에서 맴도는 생각에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침대에 누워있다 일어나 부엌으로 향해 전기밥솥에 있는 밥을 조금 덜어내고 반찬 몇 가지를 냉장고에 꺼내 쟁반에 담았다. 내가 왜 이런 짓까지 해야 하는 거지. 이런 생각도 조금 들었지만, 이미 몸은 움직이고 있었다.

 

 

 

-똑똑

 

 

 

"어이, 사이코. 문 좀 열어봐."

 

 

 

"--!! 밥 가져왔어! 문 열어."

 

 

기껏 밥도 가져왔건만 아무런 대답이 없다. 설마 아직까지 자는 건 아닐 테고, 또 나는 조개~대합조개~ 이러고 있는 건가. 정말이지 이상한 녀석이라니깐.

 

"사이코, 밥 먹어라. ?"

 

"……."

 

"문 부숴 버리기 전에 열-"

 

저 녀석 깨우자고 모두를 깨울 수는 없으니 조용한 목소리로 단호하게 말하며 문고리를 잡아 돌렸더니, 늘 잠겨있던 문은 생각보다 쉽게 열렸다. 순간 멍-해진 나는 문을 열고 방 안으로 들어갔다. 역시나 커튼 때문에 어두컴컴한 방 안. 침대 위의 여러 겹의 이불이 조금씩 움직이는 것이 보인다. 이불을 확 들추니 잔뜩 웅크리고 웅얼대고 있는 녀석이 보인다.

 

 

"어이, 사이코. 지금 시간이 몇신줄 알아? 일어나서 밥 먹어라. ?"

 

"............"

 

"…….? 뭐라는 거야? 크게 말해."

 

"..라즈........ㅏㅍ..."

 

"뭐라고?"

 

 

그 녀석이 내 이름을 부르며 내 손목을 잡았다. 잡힌 손목으로 뜨거운 체온이 느껴졌다. 잠깐만, 이 녀석 왜 이리 뜨거워?

 

 

"왜 이렇게 뜨거워? 사이코, 너 어디 아파?"

 

"시라즈으...으으..."

 

"잠깐만, 이마 좀 만져보자."

 

 

사이코의 이마 위에 손을 올리자 흥건한 물기와 함께 상당한 열이 느껴졌다. 생각보다 심각해보였다.

 

 

"시라즈으......죽는다아...죽을거야아아...으으"

 

"죽긴 무슨!! 기다려. 체온계 가져올 테니깐."

 

 

저 멀리 던져두었던 이불을 다시 곱게 덮어주고는 다급히 1층으로 뛰쳐내려갔다. 거실 서랍 안에 있었던 것 같던데, 어디 있는 거지? 이리 뒤지고 저리 뒤져도 찾는 것은 보이지 않았다. 서랍을 한참 뒤지다가 구석에 쳐박혀있는 체온계를 발견했다. 그걸 들고서 2층으로 뛰어가 사이코 녀석에게 향했다. 이불을 조심스럽게 들춰내고 뜨거운 몸을 살짝 옆으로 돌려 귀에 체온계를 꽂았다. 잠시 뒤, -소리와 함께 글자가 떴다. 38.9. 조금 위험한 것 같았다.

 

 

"사이코, 너 언제부터 이랬어?"

 

"그을쎄에...어제..? 엊그제...?"

 

"미련하긴. 아프면 말을 해야지."

 

"움직일 수가 없었다구우!! 으에...핑글핑글..."

 

"알았어. 기다려, 물수건 가져올게."

 

 

 

지금 이 몸으로는 함부로 병원에 갈수도 없고 약도 함부로 먹을 수 없다. 할 수 있는 것이라곤 물수건으로 열을 식히며 열이 내리기만을 바랄뿐. 그것 밖에는 할 수 없다.

사이코의 방에서 나와 대야에 물을 담고서 부엌에서 얼음을 꺼내 부었다. 물에 충분히 적신 수건을 꼭 짜 물기를 최대한 제거한 후 이마위에 조심스럽게 올려두었다.

 

 

", 차가워어..."

 

"참아. 너 지금 열 엄청 난다고."

 

"으으...차갑다아...이마가 언다아..."

 

"아프다는 게 입만 살아서..."

 

 

쨍알쨍알 대는 거 보면 멀쩡한 것 같기도 한데. 턱을 괴고서 멍하니 사이코를 바라보고 있었다. 사이코 녀석이 눈을 감고서 내게 말했다.

 

 

"시라즈..."

 

"?"

 

"배고파아..."

 

"...못살아, 정말."

 

 

아까 문 옆에 두었던 쟁반을 들고서 녀석의 옆에 앉았다. 옆에 앉은 나를 보고서 어렵사리 몸을 일으켜 부들거리는 손으로 숟가락을 집으려고 하는 녀석을 보니 '정말 귀찮게 하는 녀석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됐으니깐 입 벌려."

 

"?"

 

"-하라고. 먹여 줄 테니깐."

 

 

에에, 웬일이래. 고개를 갸웃하더니 입을 애기새 마냥 벌리는 녀석의 입에 밥을 조금 떠서 넣어주었다. 앙 하고 다문 입이 우물우물 거린다.

 

 

"꼭꼭 씹어 먹어라. 체하면 더 고생한다."

 

",아라써."

 

"다 먹고 얘기해. 이 녀석아."

 

 

고개를 살짝 끄덕이더니 또 입을 벌린다. 이번엔 반찬도 같이 줄까나. 밥 한 숟갈위에 오징어채를 살짝 얹어서 입에 넣어줬다. 맛있는지 눈감고 우물거리는 녀석을 보니 웃음이 절로 나왔다. 그렇게 몇 번 먹여주니 밥그릇이 깨끗하게 비었다. 정말이지 잘 먹는 녀석이라니깐.

 

 

"으아, 배부르다."

 

"그러니깐 굶지 말고 제때 나와서 밥 좀 먹어라."

 

", 알겠습니다아."

 

 

말은 잘해요. 가볍게 머리를 쓰다듬고서 쟁반을 들고서 나갈 준비를 했다. 그러자 녀석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시라즈, 나갈 꺼야?"

 

". 쟁반 치우고 정리한 다음 나도 자야지. 너도 얼른 자라."

 

"으응……."

 

 

뭔가 뚱한 표정으로 입을 내밀고 이불을 덮는 사이코에게 물수건을 다시 제대로 해준 다음 불을 끄고 잘 자라고 한 뒤, 조심스럽게 방문을 닫고 나왔다. 쟁반을 들고 계단을 내려가는데 계속 사이코의 뚱한 표정이 떠올랐다. 여태까지 봐온 녀석이 그런 표정을 지을 때는 무엇인가를 원할 때, 하지만 말을 하지 못할 때. 그런 표정을 하는데 말이지…….

 

 

"왜 그런 표정을……."

 

 

깨끗하게 비운 그릇에 물을 부으며 중얼거렸다. 그릇에 물이 넘치는 걸 바라보며 순간 삿씨가 했던 이야기가 떠올랐다. 어머니라는 사람에게 그닥 사랑받고 자라지 못했던 녀석. 그래서 자신에게 잘해주고 예뻐 해주는 삿씨에게 어리광을 부리는 그 녀석. 괜스레 마음 한 구석이 아려왔다. 이유는 잘 모르겠다. 그냥 아려왔을 뿐이라서.

 

 

 

 

 

 

 

 

 

 

 

 

 

 

 

 

아직 머리를 지끈지끈하게 만드는 두통과 열 때문에 아직 잠을 이루지 못하는 그녀는 몸을 뒤척이며 끙끙 거리고 있었다. 아아, 정말 죽는건가아아. 중얼중얼 거리며 눈만 끔뻑끔뻑대고있던 그녀의 귀에 무슨 소리가 들려왔다. 복도를 걷는 발자국 소리. 그리고 들려오는 문이 열리는 소리. 누구지? 어렵게 몸을 돌려 제 방에 들어온 사람을 확인하려하니 머리 위로 손길이 느껴졌다.

 

 

"그냥 있어. 아직도 안자고 뭐하냐."

 

"...시라즈?"

 

". 나다."

 

 

그는 침대 옆으로 의자를 끌어다 앉아 수건을 다시 물에 적셔 꼭 짠 뒤, 머리에 올려주었다. 그녀는 갑자기 다시 들어온 그의 행동이 의아했지만, 싫지는 않았다.

 

 

"밤새 열이 더 오르면 큰일이니깐, 그러니깐 온 거야."

 

"에에, 그렇구나."

 

"그래."

 

"저기, 시라즈."

 

"?"

 

 

갑자기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그녀를 바라보며 답했다. 그러자 그녀가 살짝 고개를 돌리며 얘기했다. 고마워, 시라즈.

 

 

", 그야 난 반장이니깐! ,당연한 일을 했을 뿐이야!"

 

"네네, 그러시구나."

 

 

그녀가 가볍게 웃었다. 그는 방안이 어두워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자신의 붉게 달아오른 얼굴이 들키지 않아서 말이다. 물론 그건 그녀도 마찬가지였다. 저기, 시라즈. ? 나 토닥토닥 해주면 안 돼? 귀찮게 하네, 정말. 말은 퉁명스럽지만 곧 이불 위로 톡, 톡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에 그녀는 잠이 들기 시작했고, 그는 그런 그녀를 보며 싱긋 웃을 뿐이었다. 그렇게 밤은 깊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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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ria










1.

'조금 늦을 것 같아 기다려!! 나 버리지마ㅠㅠ'


하여튼...히데답네. 방금 온 히데의 문자에 답을 하며 중얼거렸다. 그렇게 늦지말라고 신신당부를 하던게 누구였던가. '알았어. 시작하기 전에만 와.' 핸드폰을 주머니에 쑤셔넣고 한숨을 쉬었다. 벽에 몸을기대며 멍하니 앞을 보았다. 여기저기 붙여져있는 포스터와 현수막들. '아리마 키쇼, 세계 피아노 콩쿨 우승 기념 연주회' 라는 글씨가 지겨웠다. 그렇다고 해서 피아노나 연주회를 싫어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잔잔하고 감미로운 선율을 좋아하는 편이다.



"사람이 너무 많아."



단지, 사람이 많은게 싫을 뿐이다. 세계적인 피아니스트를 보기위해 모인 수 많은 사람들. 우글우글,사람들의 머리들이 가득한 이 곳 가운데, 덩그러니 혼자있는것은 나뿐인것같다. 수많은 사람들 가운데에 있는 고독함은 언제나 별로다. 히데가 빨리 오기를 바랄뿐 이다.



-철퍽



"어머, 죄송합니다. 하나, 오빠한테 사과해야지."

"죄송합니다..."

"아니에요. 괜찮습니다."



떠밀려오는 사람에 한 여자아이가 떠밀려 들고있던 아이스크림을 코트와 내 손에 철퍽-하고 묻혔다. 아이의 엄마와 여자아이는 죄송하다며 사과를 하고선 어느 순간 사라져버렸다.



"으으, 최악이야..."



코트는 그렇다쳐도 손에 묻은 아이스크림이 녹아 끈적이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휴지로는 안될 것 같아서 화장실을 찾아 발걸음을 옮겼다.

그 때, 사람들에게 가려진 안내판을 보지못해 화장실의 전혀 반대편으로 깊숙히 들어갔다. 아무 생각없이 말이다.











2.


조금은 어두운 길을 계속 걷고있으나 화장실은 나오지 않았다. 이 쯤이면 나올법도 한데. 속으로 불평을 내뱉었다. 손의 끈끈함이 상당히 불쾌했다. 어서 씻어내고싶은 마음과 달리, 걸어도 걸어도 화장실은 커녕 빛도 점차 옅어졌다.



"아무래도 여기가 아닌가..."



뒤늦게서야 길을 잘못들었다는것을 깨닫고 좌절에 빠져있을때쯤, 어디선가 은은하게 울리는 소리가 들렸다. 감미로운 음색에 순간 머리가 멍해졌다. 그리고 뭔가에 홀린 듯이 걸어갔다. 그 소리를 찾아서, 들려오는 소리에 맞춰 심장이 쿵쿵 뛰었다.

빛이 새어나오는 곳에 가까이 가보니 문이 열려있었다. 문 안으로 들어서니 놓여져 있는 열댓개의 의자와 흰색의 그랜드 피아노, 그 피아노를 연주하고 있는 새하얀 사람.



"와...멋지다."



나도 모르게 내뱉어진 말이 그의 연주를 방해했나보다. 그의 손가락이 멈추었고 고개를 돌려 나를 응시했다.


"이런, 관객이 있었네요."

"아, 죄송합니다! 피아노 선율이 너무 좋아서그만..."

"괜찮아요. 오히려 마음에 들었다니 기분이 좋은데요?"



싱긋 웃는 얼굴을 멍하니 쳐다보다 떠올랐다. 방금 피아노를 친 이 남자. 오늘 보기로 한 연주회의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아리마 키쇼다. 이 사실을 깨닫자 얼굴이 홧홧해졌다. 분명 당황해서 얼굴이 붉어졌을것이다.



"연습중에 방해해서 죄송합니다...! 아,아리마씨!"



허리를 할수있는 만큼 최대한 숙여 사과를 했다. 그러자 숙인 머리 위로 푸흐흐-하는 웃는 소리가 들렸다.



"딱히 방해라고 할건없어요. 오히려 들어주는 관객이 있으면 더 신경써서 칠수있어서 환영인걸요?"

"네?"

"이것도 인연인데, 잠시 앉아서 연주를 들어주시지않으시겠어요?"

"저,저야 영광입니다!!"



화를 내며 나가라고 할 것이라는 나의 예상과는 달리 따뜻하게 웃어주며 연주를 들어주지않겠냐는 질문에 얼떨결에 대답했다. 그러자 아리마씨는 가까이에 있던 의자를 피아노 옆에 끌어다놓고선 앉으라는 눈짓을 하셨다. 어색하게 웃으며 옆에 앉자 그가 갑자기 일어섰다.



"뭐가 묻었네요?"

"아,그게 아이스크림..."



제,제가흘린게아니고요 지나가던사람이!! 칠칠맞은 사람이라 생각할까 해명을 하니 아리마씨가 쿡-하고 작게 웃으셨다.



"그래요? 자, 이걸로 닦아요."

"가,감사합니다..."



물티슈를 건네며 그가 내 옆에 앉았다. 조심스럽게 물티슈를 받아들고 손과 코트에 묻은 아이스크림을 닦아냈다. 찝찝함이 어느 정도 사라졌다. 얼룩을 다 닦아내자 아리마씨는 건반에 손을 얹고서 연주를 시작하셨다. 제목은 잘 모르겠지만 은은하고 감미로우며 간질간질한 기분이 들었다. 긴듯 짧은 연주가 끝나자 그는 어땠냐고 물었다.



"뭐랄까...아리마씨의 손이 건반위에서 춤을 춘달까...그,굉장히 멋있었어요!"

"푸흐흐,춤춘다라- 재미있는 비유네요."

"또, 노래의 선율이 그,나비같달까...부드러우면서 나훌나훌거리는것같아서..."

"말하는게 멋있네요. 아, 이름이?"

"카,카네키 켄입니다!"

"카네키...그래요 카네키군."



안경너머로 그의 시선이 느껴진다. 허공에서 서로의 시선이 부딫히자 괜스레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저, 말씀 편하게 하셔도 되요. 어렵사리 말을 내뱉자 그는 웃으며 그래도 되냐고 물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럼 말 놓으게."

"ㄴ,네!"

"푸흐흐, 아까부터 생각해봤는데 너랑 나, 마치 그거 같네."



흑건과 백건. 아리마씨는 머리카락을 가리키며 웃으셨다. 길고 곧게 뻗은 흰 손가락을 따라 새하얀 머리칼을 보았다. 흑색 건반과 흰색 건반. 흑발과 백발. 그 의미를 깨달은 나도 그를 따라 웃었다.



"연주할때 왜 흑건과 백건을 둘 다 사용하는 줄알아?"

"네?"

"피아노를 연주할 때, 한가지의 건반으로도 칠수있어. 대신, 소리나 음계가 단조롭지. 하지만 두가지를 모두 사용해서 친다면 소리는 훨씬 조화롭고 다양해지지."

"아..."



피아노와 관련된 이야기를 하는 그를 보았다. 눈이 맑게 빛나는 듯 했다. 역시 피아니스트이구나 생각했다.



"이런, 이제 슬슬 준비하러 가야겠는걸?"

"시간이 벌써 그렇게-"



시계를 보다 문득 여태 한 사람을 잊고있음을 깨달았다. 히데.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확인해보니 선명하게 빛나는 '부재중 전화 5통' 과 '문자 12통'.



"으아아...어떡하지."

"친구?"

"네. 계속 기다리고있었나봐요...아리마씨 저 이만 가볼께요!"

"잠깐만, 위에 조심-"



아리마씨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다급히 일어선 나의머리와 피아노 위에 올려두었던 쟁반과 부딪혔고 그 위에 놓아둔 커피잔이 나를 덮쳤다. 흰색의 남방이 서서히 커피의 색으로 물들었다.



"으악!"

"미안, 그 곳에 올려두는게 아니였는데..."

"아니예요. 제가 못보고 부딪힌걸요."



오늘 하루 일진 정말 사납구나. 속으로 생각하며 멍청함을 자책하고있을 때, 머리가 무엇인가가 덮혔다. 그가 입고입던 회색 코트다.



"입어."

"ㄱ,괜찮아요! 이정도는."

"내 잘못이기도 하니깐 괜찮으니 어서 입어."

"그럼 아리마씨 옷은..."

"연주회 끝나고 줘. 끝나고 여기서 보자."

"네."



그는 울리는 핸드폰을 들고 '조금 이따 봐.' 라고 하며 연습실을 빠져나갔다. 혼자 남은 나는 그의 코트의 단추를 제대로 채워입었다. 제 몸보다 큰 코트는 손을 잡아먹었고 끝은 무릎을 덮었다. 꽤나 우스꽝스러웠다.



"이게 뭐야."



덜렁거리는 소매를 보며 웃었다. 아직 움직이고 있는 메트르놈이 똑딱똑딱 소리를 내었다. 그와 같이 심장이 쿵쿵거렸다. 이내 주머니에서 울리는 진동에 정신을 차린 나는 서둘러 연습실을 나섰다.










3.



"카-네-키!! 전화도 안받고! 어딜갔다온거야. 이 자식!!"



사람들 사이에 유난히 튀는 머리를 향해 뛰어가니 히데가 달려와 어깨를 잡고 몸을 흔들었다.



"미안미안! 화장실찾다가 길을 잃어서."

"길을 잃어? 역시 카네키답네. 그나저나 뭐냐 그 옷. 어디서 그런 옷을 입고온거야?"

"아, 커피를 쏟아서 어떤분이 옷을 빌려주셨어."

"커피? 칠칠맞기는. 아, 입장 시작인가봐 들어가자."

"아,응."



입장을 알리는 안내방송이 울려퍼지자 히데와 나는 공연장 안에 들어섰다. 공연장안에는 수없이 깔려있는 붉은 빛깔의 의자와 무대위에 덩그러니 스포트라이트를 받고있는 흰색의 그랜드 피아노가 있었다.



"피아노라, 따분할것같은데말이지."

"그,그렇지 않아! 히데! 피아노연주가 얼마나 감미로운데!"

"어이 카네키, 장난이야 장난. 왜 화를 내고 그래."

"화낸건아닌데...미안해 히데."

"괜찮아. 시작하나보다."



서서히 어두워지는 조명을 보며 히데가 말했다. 웅성웅성거리던 사람들도 조용해지자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그가, 아리마 키쇼가 나왔다. 수많은 이들의 박수를 받으며 고개숙여 인사를 한 그는 피아노 앞에 앉아 건반 위에 손을 올렸다. 또 다시 한번 건반 위에서 손가락들이 춤을 추었다. 그의 손이 움직이는 대로 아름다운 선율이 울려퍼졌다. 그 울림을 들은 모두의 시선이 그를 향한다. 그리고 홀린다. 그의 움직이는 손가락이 연주하는 음색이 마음을 간질간질하게 만든다. 피아노 연주에 맞춰 심장박동이 요동친다. 아까부터 계속해서 느껴지는 알수없는 감정이 얼굴을 뜨겁게 달군다. 어둠에 묻힌 붉으스름한 얼굴과 연주를 끝내고서 인사를 하는 그의 시선과 마주친다. 또 다시 불규칙하게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4.



"히데 잠깐만, 잠시 가야할 곳이 있어."

"어? 가야할 곳?"

"응. 코트 돌려주러."



아까의 기억을 더듬어가며 그와 함께 있던 연습실을 찾아갔다. 여전히 빛이 새어나오는 그 곳. 살짝열려있던 문을 여니 아직 옷을 갈아입지않은 그가 있었다.



"아리마씨!"

"연주회 어땠어 카네키?"

"좋았어요. 정말 좋았어요!"



나를 바라보던 그의 시선이 뒤를 향한다. 히데를 바라보는 듯 했다. 뒤 돌아보니 히데는 문에 기댄 채 우리 둘을 바라보고있었다.



"친구?" 그가 물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렇다고 답했다. 순간 히데의 눈빛이 따갑게 느껴졌다.



"아, 코트 돌려드릴게요."

"그래. 돌려줬으니 선물. 카네키, 이거 받아."



코트를 곱게 접어서 내밀자, 아리마씨가 옆에 놓여있던 쇼핑백을 내밀었다. 아무 생각없이 받아든 쇼핑백에는 검은 색의 니트가 들어있었다.



"이걸 왜 저한테?"

"선물이야. 연주를 들어줘서 고맙다는 의미에서."

"그래도..."

"한번 입어봐. 사이즈가 맞으려나 모르겠네."



입어야하나, 말아야하나 고민하며 우물쭈물 하고있으니 아리마씨가 웃으며 뒷쪽에 탕비실이 있으니 그 곳에서 갈아입으라고 하였다. 그말을 듣고서 히데를 쳐다보니 입고 오라는 듯 눈짓을 했다.



"그럼..."



쇼핑백을 들고 탕비실로 향했다. 문을 닫으며 밖을 보니 이유 모를 침묵이 감돌았다. 나는 어색해서 그럴 것 이라 짐작하고서 문을 닫았다. 문이 닫고나서 밖에서 대화소리가 들리는 듯 했지만 이윽고 잠잠해졌다.










5.


문을 열고 나오니 두사람이 모두 나를 쳐다보았다. 한 사람은 마음에 드는지 웃고있었고 한 사람은 인상을 찌뿌리고있었다.



"잘 어울리네 카네키."

"가,감사합니다."

"사이즈도 대강 맞는 것 같고. 다행이네."

"선물 감사합니다. 아리마씨. 뭐라고 감사드려야할지..."

"그냥 선물인걸. 신경쓰지마."



잠깐만, 실밥이 붙었어. 그의 손이 나에게 가까이 다가와 목 주변을 매만졌다. 차가운 손가락이 닿자 소름이 오소소-올라왔다.



"앗, 감사합니다..."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카네키, 슬슬 가자. 차 시간 늦겠어."

"아,응."



말 없이 지켜보던 히데가 시계를 보며 말했다. 어째서인지 목소리가 조금 차가웠다.



"아리마씨, 이만 가볼게요."

"그래. 오늘 만나서 즐거웠다. 카네키."



아리마씨가 안주머니를 뒤적이시더니 명함을 꺼내 건네며 심심할 때 연락하라고 하셨다. 얼떨결에 명함을 받아들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흡족스럽다는 듯 웃었다.



"그럼 들어가보겠습니다. 쉬세요 아리마씨."

"그래, 연락하렴."



인사를 나누고 뒤돌아서자 표정이 잔뜩 굳은 히데가 보였다. 히데는 아리마씨를 흘겨보고서는 가볍게 목례를 하고서 문 밖을 나섰다. 먼저 나가버린 히데를 따라 발걸음을 재촉했다.



"히데, 같이 가!"

"..."

"히데!"



주머니에 손을 꽃은 채 성큼성큼 걸어가던 히데는 갑자기 걸음을 멈춘 뒤 말했다. 말투에는 냉기가 잔뜩 서려있었다.



"그 사람이랑 만나서좋았어?"

"뭐?"

"아리마인지 뭔지랑 만나서 좋았냐고."

"갑자기 무슨 말이야, 히데."



입이 아주 귀에 걸려있더라? 갑자기 이런 얘기를 하는 히데가 이해가 되지않았다. 자신을 쳐다보지도 않고 말하던 그는 머리를 한번 쓸어올리고선 한숨을 내뱉었다.



"아니야...미안."

"왜 그래 히데...?"

"피곤해서 좀 예민해졌나봐. 가자."



그가 뒷모습을 보이며 다시 홀로 걸어간다. 그의 뒤를 쫓아 달려갔다. 달려가 그의 옆에 섰지만 그는 아무런 말을 하지않았다. 조용한 복도에는 두 사람의 걸음소리만이 울려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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