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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또다. 또 이상한 꿈.
꿈이라는걸 알 수 있는건 이상하게 하얀 하늘과 내 발 끝에서부터 한 송이, 한 송이씩 길을 안내하듯 피어있는 하얀 꽃들.
그 꽃의 이름을 알 수는 없지만, 어디선가 본 듯 했다. 어디서 보았더라? 의문을 품은 채, 나는 꽃길을 따라 걸었다.
나의 발걸음이 닿은 꽃은 제 색을 잃고 발갛게, 아주 발갛게 물들었다. 마치 피와 같이, 빨갛게 제 몸을 물들였다.
"오랜만이네?"
아무런 생각없이 걷던 나에게 어떤 여자가 말을 걸어왔다.
자수정과 같은 머리칼과 빨간 뿔테안경, 어째서인지 낯이 익었다. 어디서 보았더라?
머리가 아파오기 시작했다.
"뭐야? 인사도 안 해주는 거야? 너무하네. 그런 사람은 아니였는데."
"저를, 아십니까?"
"잘 안다면 잘 알고, 모른다면 모른달까?"
"...당신은 누구십니까? 어째서 제 꿈속에..."
꿈이라...? 그녀는 눈을 접으며 웃음을 터트렸다.
"꿈이라고 생각해?"
"이게 꿈이 아니라면 뭐란 말이죠?"
"글쎄? 뭐, 니가 좋을대로 생각해. 그게 편하겠지."
그녀는 꽃을 따라 걷는 나의 곁에서 말을 걸어왔다.
"일은 좀 할만 해?"
"네. 조금 힘들긴 해도 보람차고 재미있어요. 제가 많이 모자라지만 도와주시는 분들도 계시고, 저를 따르는 아이들도 있고요."
"흐음, 그래?"
머리 끝을 매만지던 그녀는 재미없다는 듯이 따분한 표정을 지었다.
나는 그런 그녀를 보며 무엇인가를 느꼈다. 심장이 쿵쿵대며 요동쳤다. 지금 이 감정은 뭐지?
그녀가 다시 물었을 때, 그 답을 찾았다.
불안감이었다.
"그렇다면 너는 행복해?"
"네?"
"지금 행복하냐고."
그 질문에 바로 대답하려 했다. 나는 지금에 만족한다. 너무나도 행복하다. 지금 이 생활이 너무나 좋다. 그렇게 대답하려했다.
하지만, 등 뒤로 무언가가 지나다니는 기분에 온 몸에 소름이 돋았다. 마치 벌레같은 느낌이였다. 뭐더라? 이런 느낌, 알았었는데?
나오려던 말을 다시 집어삼켰다.
"뭐야? 왜 대답 안해?"
"저,저는...그게..."
"뭐, '저는 행복합니다.'라는 말 하려던건 아니지?"
"..."
"거짓말쟁이."
"거짓말같은게 아닙니다!"
"그래? 그렇다면 말야-"
네 기억이 돌아온다고 해도 이 곳에 머무를 수 있겠어?
아, 말이 나오질 않아. 머리가 하얗다. 어지러워.
그녀는 내 속을 훤히 들여다보는 듯, 같잖다는 표정을 지었다.
"질문을 바꿀까?"
그녀는 웃으며 내게 물었다.
네 이름은 뭐야? 아까보다 더 단순한 질문이였다. 역시 대답하려 입을 열었지만, 목소리는 나오지 않았다.
대답해, 나는...나는!! 대답을 쥐어짜듯, 제 목을 스스로 졸랐다. 숨이 막혔다.
그런 나를 보며 그녀는 대답을 종용하며 나에게 속삭였다.
"넌 누구야?"
나는 숨을 쉴 수가 없었다.
"나는...난..."
"힌트를 줄까?"
그녀는 나의 손을 잡아 자신의 가슴 위에 얹었다.
"넌 나를 좋아했던 사람이었지."
"ㄱ,그만..."
"하지만, 너무나도 어리고 멍청했어."
"그만해..."
"그래서, 넌-"
"그만!!!"
"나와 같은 눈을 가지게 되었지."
절규하는 나의 얼굴을 억지로 들게하여 그녀의 얼굴과 마주하게 했다.
그녀의 눈은 잔인하게 붉고, 어두웠다.
"어때? 예쁜 눈이지? 이런 붉은 눈 어딜가도 없다고?"
"아니야...그런,그런게...나는...난...!!"
붉게 물든 꽃잎 위로 눈물이 떨어졌다. 눈물에 비친 하늘이 발갛게 변했다.
그녀는 하늘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슬슬 시간인가?"
"잠시만...기다려!"
"다음 번에 만날 때에는 네가 울고 있을까? 그럼, 다음에 또 보자-"
카네키.
부서지기 시작한 빨간 하늘이 그녀의 몸을 갈갈이 찢었다. 모든게 붉게 물들었다. 빨갛게, 빨갛게.
코를 찌르는 피냄새에 정신이 아득해져갔다.
깨어나, 깨어나라고. 이런 거지같은 꿈에서 깨어나란말이야. 주저앉은 채 울부짖었다.
그리고, 지네가 기어가는 것 같은 등을 손톱으로 할퀴었다. 사라져, 사라지라고!
그 소리를 잠재우듯, 누군가가 나즈막히 얘기했다.

-이제 잠들 시간이야.

익숙한 목소리였다.

-그 동안 수고했어.

그 목소리는,

-잘 자렴, 하이세.

나의 목소리였으니까.

-이제 안녕이야.

빨갰던 하늘이 전부 무너지고 흐려져갔다. 그와 함께 나의 시야도 흐려져갔다.
넌 누구야? 이제, 그 질문에 답할 수 있을 것 같아.
나는-
카네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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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째서...다 알면서 왜...?"
"그게 그렇게 중요한가?"
"제가 아몬씨를 죽일텐데요?"
"난 늘 죽을 각오가 되어있다. 상관없어."
"그 얘기가 아니잖아요! 어째서, 어째서예요...난...당신을..."
"스즈야."
그는 단호하게 아이의 이름을 불렀다. 어쩔줄 몰라 흔들리던 아이의 눈동자가 그의 눈과 마주쳤다.
"아몬씨..."
"네 말대로 넌 날 죽이겠지. 그러려고 내게 왔을테니까."
"..."
"이런 일을 계속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사람을 보는 눈이 생기지. 누가 나를 해칠건지, 누가 나에게 가식적으로 대하는지 알 수 있다. 사람의 감이라는건 꽤나 정확하거든."
"그렇다면 알았을거 아녜요. 난...나는..."
"스즈야."
"...네."
"말했지만 사람의 감은 정확하다. 그러니 내 감도 맞겠지."
"...전 나쁜 아이인가요?"
아이는 고개를 숙인 채 물었다. 흘러나오는 목소리에 물기가 어려있었다.
그는 아이에게 다가서며 말했다.
"아니, 넌 착한 아이다."
"네?"
"여태껏 봐온 네 표정과 눈은 거짓이었던 적이 없었다. 넌 내게 거짓말 한 적 없지 않나? 지금도 이렇게 솔직하게 얘기해주었으니 말이다."
"아니에요, 전 나쁜 아이예요. 전, 저는-"
"쥬조."
순간, 아이의 숨이 멈췄다. 그의 입에서 흘러나온 그 울림에, 아이는 숨을 쉴 수가 없었다.
"괜찮다. 괜찮으니까 네 임무를 충실히 해라."
"네?! 그,그러면 아몬씨는요!!"
"나도 내 임무를 다할거다. 그러니 걱정마라."
멍청한 사람, 바보같은 사람. 아이는 입술을 꾹, 깨물었다.
그는 아이를 품에 안았다. 칭얼대는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그는 피식, 웃었다.
"네 손에 죽는걸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그의 심장소리를 들으며, 그의 목소리를 들으며 아이는 소리죽여 울었다.
고통이라는 감정이 다시 살아난 것 같았다. 마음이라는게 너무 아려왔다.
그는 말없이 아이를 더 세게 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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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기대했어? 사랑한다는 말?"

너는 그렇게 말하며 뒤로 넘어진 내 위에서 노려보았다. 나를 노려보는 네 머리칼이 흔들렸다. 네 눈이 나를 날카롭게 쳐다보았다. 근데 어째서일까. 네 눈이 슬퍼보이는건, 어째서일까.

"그건 내가 쭉 듣고 싶던 말이었는데, 토도로키군."

널 만나고 그 후부터 쭉, 듣고 싶었던 말인데. 너의 눈을 마주하며 웃어보였다. 네 눈에서 웃는 내 모습이 일렁였다.
내 눈에도 네 모습이 비치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손을 들어올려 네 얼굴을 살짝 어루만졌다.

"그런 표정 지으면서 그런 말 하면 어떻게 해."
"..."
"또, 사랑에 빠진 것 같아."

그렇게 말하는 내 손을 툭,쳐내더니 너는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멍청한거냐."
"그럴지도 몰라."
"뭐가 좋다고 그렇게 웃어."
"니가 좋으니까."

그러니까 웃는거야. 널 좋아하니까. 그럼 언젠가 토도로키군도 웃어주지 않을까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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