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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봄날이였습니다. 일렁이는 봄바람을 따라서 한 소년이 마을에 도착하였습니다.
소년은 이곳이 앞으로 소년이 살아갈 곳이라는게 마음에 들었습니다. 햇빛이 내리쬐어 푸릇하게 빛나는 숲을 등진 마을이 소년에게는 동화 속의 마을과도 같았습니다.
설레는 마음으로 소년은 이곳 저곳에 인사를 하였습니다. 안녕, 나는 히데야. 이제 여기에서 살거야. 잘 부탁해. 그렇게 소년은 말했습니다. 태양처럼 빛나는 미소를 지닌 소년을 모두가 반겼습니다.

"마을 사람들에게 인사했니, 히데?"
"네, 모두들 환영한다고 했어요. 좋은 곳 같아요."
"그래. 아, 히데. 옆 집에 이것 좀 전해주겠니? 이사왔다고 인사하면서 드리렴."
"네, 엄마."

소년은 엄마가 건네준 컵 케이크를 들고서 옆 집으로 향했습니다. 소년의 집과 비슷하게 생긴 문을 두드렸습니다. 아무도 안 계신가요? 옆 집으로 이사왔어요. 소년은 크게 소리쳤습니다. 하지만 집 안에서는 아무런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습니다.

"아무도 없나?"

소년이 문을 두드리던 손을 멈추며 중얼거렸습니다. 집으로 돌아가야겠다고 마음먹을 때 쯔음, 문이 덜컥,하고 열렸습니다. 안에서는 소년과 비슷한 나이로 보이는 아이가 있었습니다. 소년은 아이를 보며 활짝 웃었습니다.

"안녕? 옆 집으로 이사왔어. 난 나가치카 히데요시! 히데라고 불러. 니 이름은 뭐야?"
"..."
"쑥쓰러워서 그래? 낯 많이 가리나?"
"..."

소년이 아무리 물어도 아이는 대답하지 않았습니다. 당황한 얼굴로 입을 벙긋거리다 꾹 다물 뿐이였습니다. 머쓱해진 소년은 아이에게 멋쩍게 케이크를 내밀었습니다.

"말 하기 싫구나. 미안. 이거 우리 엄마가 만든건데 맛있어. 이웃된 기념으로 주는 거니까 맛있게 먹어."

소년이 내밀은 케이크를 받아든 아이는 고개를 떨구었습니다. 소년이 조금 상처받은 표정으로 돌아서자, 아이는 소년을 붙잡으며 웅얼거렸습니다. 소년이 아이를 쳐다보자, 아이는 어쩔줄 몰라하는 표정으로 입을 벙긋거리다 집 안으로 뛰어갔습니다. 소년은 이 상황이 이해가 가지 않아 멍하니 서있었습니다.
잠시 후, 아이는 작은 수첩을 들고 나왔습니다. 한 손에 든 연필로 수첩에 무언가를 쓰더니 소년에게 내밀었습니다.

'미안해요. 그럴려고 그런게 아닌데... 대답하지않으려고 한건 아니에요.'

소년은 수첩에 적힌 글을 보고서 아이를 쳐다보았습니다.

'전 말할 수가 없어요. 목소리가 나오지 않아요. 미안해요.'

아이는 싱긋 웃었습니다.

'제 이름은 카네키 켄이에요. 이사온 걸 축하해요. 잘 지내봐요, 나가치카군^^'

소년은 그 모습이 조금 슬프다고 느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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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몬카네로 칠구님 레드립 하이힐신은 카네키로 저렴하게...




"안대...?"
"오랜만이네요, 아몬씨."
"이런 이른 아침에 무슨...그것보다도 립스틱에...하이힐...?"
"이상해요? 나름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이상하진 않다만..."
"그럼 됐어요."

서로의 얼굴도 언듯 비치는 어두운 골목을 카네키는 하이힐로 또각 또각, 그의 앞으로 걸어갔다. 뻣뻣하게 굳은 아몬에게 다가서 싱긋 웃으며 목에 팔을 둘렀다.

"힐 신어도 작네요."
"지금 무슨-"
"보면 몰라요?"

유혹하는 거 잖아요. 카네키는 팔로 그의 목을 끌어당기며 세울만큼 세운 뒷꿈치를 더 들어올렸다. 아슬아슬하게 닿을듯, 말듯한 입술 사이로 무엇인가가 끼어들었다. 그의 손이였다.

"왜요? 남자라서 싫어요?"
"아니, 그런게 아니라..."
"아니면 구울이라서 싫은건가?"
"...그런 소리 한적 없다."
"재미없는 남자."

그게 매력이기도 하지만. 살짝 번진 루즈를 혀로 살짝 핥으며 키득거렸다. 그러자 그는 곤란한듯 벽쪽으로 좀더 붙어서 자세를 바로했다.

"얼굴 빨개진것 좀 봐요. 풉, 귀여워라."
"ㄱ,귀! 귀엽다니!! 무슨 그런 말을...!!"
"하긴, 그런 말 하기엔 너무 크죠."

카네키는 팔을 푸르며 목을 손가락으로 훑었다. 움찔거리는 틈을 타, 회색 코트사이로 언듯 보이는 와이셔츠 깃에 발갛게 입술을 새겨놓았다.

"이런걸 남기면 어떻게 하라는 건가...!"
"벌이에요. 하루종일 그 차림으로 다녀요."
"...곤란한데."
"그러라고 한거니까요. 아, 생각해보니까 그 키스마크의 의미도 모를거아냐."
"무슨...?"
"와이셔츠에 묻은 립스틱자국은 말이에요. 내꺼라는 뜻이에요. 잘 알아두라고요."
"..."
"그거 지우면 화낼거예요. 가리는건 허락해줄게요. 날씨 요즘 제법 더우니까."
"...안대."
"저 지금 거절당해서 좀 많이 삐쳤거든요? 큰 맘먹고 이러고 왔는데 거부하고 말야."

멍하니 쳐다보던 아몬을 뒤로하고서 카네키는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가 남긴 바람에 머리카락이 흩날렸다. 아아, 위험하다고...아몬은 홀로 남아 중얼거렸다.







* * *





"아몬, 이 날씨에 목도리라니...안 덥나?"
"조,조금 목감기 기운이 있는 것 같아서말이다."
"아몬씨, 아프신가요?! ㅈ,제가 약이라도...!!"
"괜찮다, 세이도. 별거 아니다."
"얼굴도 좀 빨갑니다. 괜찮으신건가요?"
"괜찮다."

금방 나아지겠지. 그렇게 말하며 아몬은 목도리를 여몄다. 방금 전의 일을 떠올리며 아몬은 헛웃음을 터트렸다. 아아, 조금 오래갈지도...모르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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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갑자기 떠오른거
사신 시라즈X죽을 운명인 쿠키

쿠키는 선천적으로 몸이 좀 허약했음. 근데 중학교 들어가고 나서 큰 병에 걸림. 심장이 안 좋다고 하던가? 그래서 학교도 자퇴하고 집에서만 있었음. 원래 성격도 좀 까칠한데 아프고나서부터 더 성격이 나빠짐.
그런데 19살 되던 해에 몸상태가 더 심해지기 시작함. 병원에서는 더이상 손 쓸수없다고 함. 사실상 시한부 선고였지. 충격받은 쿠키는 방에만 틀어박혀 지냄. 그렇게 지내던 어느날, 자고서 눈을 뜨니 어떤 사람이 자기를 바라보고 있는걸 봄.

-깼네. 안녕? 아, 어차피 안 들리나...이번엔 너구나. 잘 할 수 있으려나...

쿠키는 심히 당황스웠음. 웬 검은 캐주얼한 옷으로 깔맞춤한 수상한 녀석을 보니 쿠키는 내가 아직 잠이 덜 깼나? 생각함

-뭐야, 저 새낀...
-응? 나 말하는 건 아니겠...지?
-너 맞는데.
-?! ㄴ,내가 보여??
-눈이있는데 보이지그럼
-그,그럴리가...?

굉장히 당황한 듯 보이는 남자를 쳐다보며 쿠키는 인상을 찌뿌렸음. 그러자 그 남자는 활짝 웃으며 말했음.

-내가 보인다니...우와, 너 특별한 인간이구나? 나를 볼수있는 인간은 없었는데말야.
-(뭐야 저 병신은)
-어라...저기, 나 네 속마음이 들려.
-...(뭐래)
-진짜라니깐...왜 들리는지는 모르겠는데 들리네.
-...근데 넌 뭐냐? 왜 내방에...
-아, 자기소개안했구나 내 이름은 시라즈 긴시.

네 담당 사신이지. 뭔 거지같은 소리야. 그렇게 생각한 우리에는 무거운 몸을 일으켜 나가라고 그 남자를 밀치려 했음. 그런데,

-으앗!
-이런, 조심해야지
-ㅁ,뭐야?!

만져지지가 않았음.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 손을 뻗은 마냥, 아무런 느낌도 들지 않았음.

-말했잖아 사신이라고 난 인간이 아니야
-...말도안돼
-원래는 인간들에게 안 보여야 정상인데 넌 내가 보이니까...이거 좀 골치아프네...
-...왜?
-내가 네 담당이라고 했던 말의 이유, 알겠어?
-...그 이유야?
-눈치 빠르구나.

우리에의 속마음을 읽고서 남자는 씨익,웃었음. 우리에는 뭔가 치밀어오르는 마음에 남자를 신경질적으로 쳐다보았음.

-...씨발
-나쁜말 쓰면 지옥간다?
-알게 뭐야.
-그래, 맞아. 거짓말이야. 죽으면 아무 것도 없어. 하핫, 허무하지 않냐?
-...
-그래도 아직 시간 남았으니깐 걱정마라. 실은 그 전에 미리 얼굴 익혀두려 온거였는데 일이 꼬였네.
-시간...얼마나 남았는데?
-음...한달? 조금 안되게 남았네
-...
-표정이 왜 그래?
-너 같으면 죽는다고 미리 알았는데 웃겠냐?
-모르지 나는. 죽음같은거 사신은 없으니깐.
-...좋겠네.

우리에의 복잡한 마음을 읽었는지 남자는 침대에 앉아있는 우리에와 눈높이를 나란히 하고서 말했음.

-미련 많구나, 이 세상에.
-없어, 그딴거.
-솔직하지 못하네.
-...
-이렇게 된것도 인연인데, 한달 동안 그거 해줄게. 그, 뭐더라..버..버스켓 리스트?
-버킷리스트?
-어, 그거. 이런거 원래 하면 안 되는데, 난 이미 찍힌 녀석이라서 괜찮아.

들어 줄게, 네 마지막 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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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데카네] 열병

[ TKG ] 2015. 4. 5. 22:15






아, 피곤해라. 이래서 1교시는 하면 안 되는 건데. 엉망으로 짠 시간표를 탓하며 걷고있었다. 캔커피나 마실까? 주머니에 있는 동전을 만지작대며 자판기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러자 그 쪽에서 보이는 어느 익숙한 검은 머리. 너였다. 반가운 마음에 달려가 이름을 외쳤다.

"카-네-키!!"
"우앗, 히데!"
"이제 학교왔냐? 우아, 부러워라아."
"아, 응..."

당황한 너의 얼굴이 나라는 것을 깨닫자 미소가 번졌다. 그런데 무언가 이상해보였다. 조금 기운이 없달까? 아니, 얼굴이 조금 붉은데?

"카네키, 너 어디 아파?"
"ㅁ,뭐? 아냐 그런거..."

너의 반응을 보고서 확신했다. 아, 아프구나 하고. 아니라며 도리질 하는 얼굴을 양 뺨을 잡아 고정시켰다. 맞닿은 손으로 열기가 느껴졌다. 조금 심한가 생각이 들 정도로.

"카네키, 너 몸이 좀 뜨거운데?"
"ㅇ,응? 아, 그래? 난 잘 모르겠는데..."
"너 이리 와 봐."

히데는 카네키의 이마에 살짝 손을 얹고 남은 한 손을 제 이마에 얹었다. 손이 닿자 느껴지는 약간의 물기. 그리고 제 이마와 달리 뜨거운 카네키의 이마였다.

"너 지금 되게 뜨거운데? 괜찮은거야?"
"응...괜찮아. 금방 나아지겠지."
"정말로 괜찮아?"

눈을 마주하고 물었다. 카네키는 눈을 살짝 피하며 말했다. 응, 괜찮아. 너는 그렇게 고집을 부렸다. 금방 탄로날 거짓이 담긴 고집을. 일단은 알았다고 하며 주머니에 동전 몇개를 꺼내어 자판기에 집어 넣었다. 너도 그런 나를 보더니 옆에 있는 자판기에서 같은 커피를 뽑았다.
치익, 소리를 내며 따진 커피를 마시며 너에게 물었다.

"카네키, 공강이지?"
"어? 응."
"나랑 잠깐 어디 좀 가자."
"어디?"
"동아리실. 잠깐이면 되니깐."

너는 잠시 생각하는 듯 뜸을 들이고선 알겠다고 말했다. 다 마신 커피캔을 휴지통에 집어 넣으며 어서 가자는 듯 눈짓을 했다. 너는 알았다는 듯 눈을 접으며 웃었다. 나를 따라오며 빈 캔을 휴지통에 따라 버리고는 내 옆에 서서 나란히 걸어갔다.
아무도 없는 동아리실의 불을 켜고서 너에게 잠시 소파에 앉으라고 했다. 너는 말없이 소파에 앉았다. 나는 책장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이리저리 헤집었다. 아, 찾았다.

"일단 이거 먹어."

책장에서 어렵사리 발굴해낸 약 상자에서 꺼낸 갈색 약병을 보더니 너는 탐탁지않은 표정을 지었다. 그런 너의 표정을 못 본채 하고는 약병을 네 쪽으로 밀었다. 너는 한숨을 크게 내쉬고선 말했다.

"나 약 먹으면 정신 못 차리는 거 알잖아. 안 먹을래."
"어차피 한 시간 공강이잖아. 먹고 여기서 한숨 푹 자. 깨워줄게 말 들어."
"...괜찮은데."
"내가 못 보겠어서 그래."
"그래도..."
"어허, 고집피우지 말고!"
"...알았어."

꼭 시간 맞춰서 깨워줘야 해. 알았지? 그렇게 당부를 하고서 너는 감기약을 이에 털어넣었다. 맛없다는 듯 미간을 찌푸리며 물을 마시고서 소파에 몸을 눕혔다.

"꼭 깨워줘."
"네네, 알았으니깐 자라."

나는 구석에 개켜져있던 담요를 꺼내 너에게 덮어주었다. 담요를 손으로 만지작거리던 너의 눈이 서서히 늬게 껌벅였다. 약이 제기능을 하는지 어느새 너의 눈은 스르륵 닫혔다. 힘이 빠져 밑으로 떨어지는 손을 살짝 잡아 배 위에 얹어주었다. 위아래로 색색거리며 움직이는 너의잠든 모습을 보니 그제서야 안심이 되었다.

"사람 걱정시키게 아프기나 하고 말이야. 정말이지 카네키."

소파에 누워 잠든 너의 모습을 턱을 괴고 멍하니 쳐다보았다.

늘 그랬다. 어릴 적부터 지금까지 너는 내게 속마음을 내보이지 않았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네 마음과 네 상태에 대해서는 누구보다도 잘 알게 되었다. 그래도 이만큼 지내왔으면 내게 기댈 법도 하잖아. 어째서 늘 혼자서 버티려는 건지.

"이쪽은 나름대로 서운하다고."

들리지는 않겠지만 들으라는듯 투덜거림과 함께 속마음을 내뱉었다. 얼마나 더 기다려야 너는 내게 만이라도 솔직해질까? 언제쯤이면 내게 기대줄래, 카네키?

"아, 졸려..."

복잡한 마음과는 다르게 따사롭게 내리쬐는 봄햇살이 자꾸만 내 눈꺼풀을 무겁게 만든다. 나른해져가는 몸을 책상에 기대며 하품을 내뱉었다. 아, 자면 안 되는데...이러다가 잠들면 못 깨워주는데...
생각과는 다르게 어느새 굳게 닫혀버린 눈은 햇살의 따스함을 만끽하며 깊은 잠에 빠졌다. 새근대는 두 사람의 숨소리와 함꼐 초침이 달칵, 달칵, 움직이고 있었다.




* * *







감긴 눈보다도 먼저 깨어난 것은 귀였다. 아무것도 보이지않는 암훅 속에서 들리는 것은 사람들의 멀어져가는 발걸음 소리. 그리고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아니, 들리는건 어디선가 들어본 것 같은 숨소리.
눈을 비비며 한결 가벼워진 몸을 뒤척였다. 뒤척인 몸을 따라 담요가 흘러내렸다. 잠에 취한 눈이 어느정도 정신을 차리자 바깥에 노을이 제법 물들어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지금 몇시지?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보니 '오후 5시 52분'이라는 문구가 선명하게 빛나고 있었다.

"세상에...몇시야 지금."

이미 모든 강의가 끝났을 시간이다. 부스스한 머리를 매만지며 고개를 돌리자 제 머리 위에 소파 구석에 머리를 쳐박고 잠든 네가 보였다. 팔을 배게삼아 잠든 네 모습이 고등학교때의 모습과 겹쳐 웃음이 터져나왔다. 그 웃음에 움찔하던 몸이 꾸물꾸물거리며 고개를 들었다.
이리저리 뻗힌 머리와 아직 잠이 덜 꺤 눈이 나를 향했다. 그리고는 잠에 잠겨 제법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깼어?"
"...어."
"...미안, 잠들어버렸다."
"괜찮아. 덕분에 푹 잤고, 몸도 가뿐해졌는걸?"
"그렇다면 다행이네."

목소리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너는 헛기침을 두어번 하였다. 그런 모습에 웃음이 새어나왔다.

"왜 웃어."
"그냥?"
"그런게 어디있어. 뭔데?"
"음...히데, 이거 봐봐."

무슨 소리를 하냐는 듯한 표정인 너에게 핸드폰카메라로 얼굴을 보여주었다. 옷소매에 짖눌려 벌겋게 찌글대는 너의 이마를.

"와, 카네키. 이런 걸로 웃고말야. 유치하네."
"푸흐흐, 웃긴걸 어떻게 해? 누가 그렇게 자래? 애초에 안 잤으면 그런일도 없었을텐데."
"안 깨워줬다고 지금 보복하는거냐?"
"근데 그건 잘못했잖아. 그래, 안 그래?"
"그렇긴 한데..."

말 끝을 흐리며 눈치를 보는 네 눈과 나의 눈이 마주했다. 나는 싱긋 웃으며 가볍게 이마에 딱밤을 놓았다.

"아! 아프잖아!"
"그러라고 때린거니깐 아프겠지."
"너...카네키..."
"히데, 나 배고파."

화내려는 너의 말을 막으며 말했다. 그러자 너는 화내려는 것을 잊고 눈가에 눈웃음을 머금고서 활짝 웃었다.

"나도 배고파. 저녁시간 다 됐잖아. 밥 먹으러 가자."
"그래. 히데가 쏘는 거지?"
"그런 말은 안 했는데."
"지난번엔 내가 샀는데."
"아, 그래 알았어. 편의점 괜찮냐?"
"아무거나 상관없어."

그 말이 더 어렵다고! 칭얼대는 너의 투정을 들으니 살며시 웃음이 떠올랐다. 툴툴대도 너는 언제나처럼 내가 좋아하는 햄버그 스테이크를 먹으러가자며 천역덕스럽게 굴겠지. 그런 너를 잘 아니깐 이렇게 장난치는걸 너는 알까? 너는 모를 속마음을 숨기려 살풋 웃어보였다.

"왜 자꾸 웃는건데!"
"하핫, 미안미안."
"쳇, 뭐야, 어쨌든 배고프다. 어서 가자. 더 어두워지기전에 나가자고."
"그래."

흘러내린 담요를 들어 원래있던모양대로 접었다. 너는 나의 겉옷과 가방을 내밀며 네 옷의 지퍼를 올렸다.
뭐 먹으러 갈꺼야? 글쎼, 그래. 오늘은 좀 맛있는걸 먹어야겠어. 빅걸 가자! 하여튼간에. 아아, 싫으면 관두라고. 아냐, 좋아. 그래, 그렇게 나와야 카네키답지. 그렇게 시덥잖은 이야기를 나누며 너와 나는 나란히 걸어갔다.
그냥 막연하게 생각을 했다. 이런 소소한 행복이 계속 되기를 바란다고. 언듯 보이는 별에게 빌었다. 덜도 말고 더도 말고 이 정도로만 행복하기를 바라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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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라쿠키ts] 눈물점

[ TKG ] 2015. 3. 24. 22:43











어느 새, 하늘이 붉게 물들었다. 바람이 불어와 커튼이 흔들리는 것을 바라보던 그는 시계를 보며 중얼거렸다.

"다들 늦네. 삿씨는 회의 때문이라서 그렇다 쳐도, 우리에는 왜 안 오는 거지."
"오늘 우리에 오프인 걸?"
"뭐? 그 녀석이 오프라고? 오프여도 출근 하던 녀석이 웬 일이래."
"어라, 시라즈 몰랐어?"

오늘 우리에 아버지 기일이잖아. 아마 성묘하러 갔을거야. 순간 숨이 멈췄다. 우리에 아버지의 기일이라니. 전혀 생각지도 못 했다. 생각해보니 아카데미 떄도 이 쯤 되면 늘 사라졌던 그녀를 떠올렸다. 아카데미 떄 한 번도 빠지지 않던 그녀가 일년에 한 번씩 빠지던 날을. 아파도 꼭 수업은 나오던 녀석이였는데 말야. 그는 과거를 생각하며 머리를 긁적였다.

"그럼 저녁은 너랑 나랑 사이코랑 먹는거야?"
"아, 맞아. 오늘 저녁 알아서 챙겨 먹어. 나랑 사이코는 아까 같이 피자 먹었거든."
"뭐? 와, 토오루. 치사하네."
"미안미안, 남기려 했는데, 사이코가 배가 많이 고팠나 봐."
"쳇,알겠어. 그럼 나가서 대충 먹고 들어올게."
"그래, 늦지않게 와. 선생님 걱정하시니깐."
"네네. 알겠습니다."

그는 운동화를 대충 구겨신고는 밖으로 나왔다. 노을이 점점 어둠으로 물들어 가는 중에도 사람들은 많았다. 친구끼리, 연인끼리, 가족끼리. 다들 웃으며 거리를 걷고 있었다. 아, 이거 좀 외로운데. 그는 후드집업의 지퍼를 올리며 생각했다. 주머니에 손을 쳐박고 마땅히 먹을 만한게 있나 거리를 두리번 거렸다. 두리번 거리는 그의 시야에 익숙한 모습이 보였다. 검은 정장을 갖춰입은 그녀였다. 그는 괜히 반가운 마음에 그녀에게 다가갔다.

"야, 우리에!"
"..."
"어, 너 뭐야. 왜 그래?"

가까이 다가가 이름을 부르자 그녀는 흠칫 놀라며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가까이 다가온 그에게 들키고 말았다. 물기가 가득한 벌건 눈을. 너 설마 울었냐? 그의 물음에 그녀는 입을 다물었다.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그녀의 팔을 잡으며 다시 한번 물었다. 울었어? 무슨 일이야?
고개를 숙이며 팔을 뿌리치려 했지만 그는 쉽게 놔주지 않았다. 단단하게 붙잡은 그의 팔을 다른 한 손으로 잡으며 그녀는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못 본척 해. 그냥 가게 내버려 둬, 좀.
그는 평소와는 다른 그녀의 목소리에 불안감을 느끼며 억지로 고개를 들어올리게 했다. 그러자 보이는건 소리죽여 눈물만 뚝뚝 흘리는 그녀의 모습이였다. 당황한 그를 뿌리치고 빠른 걸음으로 걸어가는 그녀를 다시 붙잡았다.

"우리에, 너 괜찮아?"
"...놔."
"이렇게 우는데 어떻게 놔."
"...그냥 좀 두라고, 제발."
"어떻게 그래."

그녀는 그의 말을 듣고서는 입술을 깨물었다. 깨문 입술 옆으로 눈물 한 줄기가 흘러내렸다. 그는 처음 보는 모습에 당황해 붙잡은 팔을 끌어 사람들이 보지 않는 상가의 골목으로 들어섰다. 골목에 들어가 꽉 잡은 손의 힘을 풀고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여전히 소리없이 울고 있었다.

"울거면 소리 내서 울어."
"...싫어."
"너도 참, 쓸데없이 고집은."
"신경 끄라고 했잖아."
"못 끄겠는데 어떡해."

차라리 소리를 내서 울면 덜 안쓰러웠을텐데. 계속해서 흐르는 눈물을 닦아주려 손을 뻗자 그녀는 한 발자국, 뒤로 물러났다 .뻗은 손가락을 무안하게 접으며 그는 한숨을 쉬었다.
아마 아버지 때문이겠지. 검은 정장을 입고서 얼마나 울었을지 감도 잡히지 않았다. 떨어지는 눈물을 닦을 생각도 하지않고서 멍하니 우는 그녀의 눈높이를 맞워 무릎을 살짝 굽히고 물었다. 괜찮아? 그녀는 고개를 떨구며 입술을 깨물었다. 얼마나 세게 물었는지 물은 입술주변이 하얗게 변했다. 안 괜찮구나. 그는 그녀에게 한 걸음 다가섰다. 그녀는 가만히 있었다.

"울지마."

그냥 위로해 줄까 싶어서 눈물이 그렁그렁한 그녀의 눈을 쳐다보았다. 그런데 언듯 지나가는 불빛에 보인 그녀의 붉어진 눈과 그 옆에 살짝 젖어있는 두 개의 눈물점이 순간 예뻐보여서, 잠시 제정신이 아니였나보다. 아마도.
여전히 시선을 피하는 그녀의 눈을 보다 손으로 양 볼을 감싸 그녀의 눈물점에 입을 맞추었다. 다가오는 얼굴에 놀라 눈을 질끈 감은 그녀는 눈 옆에서 이상한 감촉을 느꼈다. 따뜻하면서도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짧게 맞닿은 그의 입술이 떨어지자 그녀는 눈을 뜨고서 그를 보았다.

"...뭐하는거냐."
"울지 말라고...위로?"
"...바보 같아."

너도, 나도. 말하던 입술이 멈추고 또각 소리가 들려오더니 입술에 따뜻한 게 와닿았다. 그녀의 입술이다. 그녀는 가까이 다가와 살짝 발을 들어올려 그의 입술에 자신의 입을 겹치었다.
잠시 그의 입술을 머금은 그녀는 그의 어깨를 살짝 밀치며 떨어졌다. 이술을 만짖작대던 그가 그녀에게 물었다.

"뭐하냐."
"왜, 싫어?"

아니, 싫을리가. 그는 떨어진 거리를 좁혀 그녀의 앞에 섰다. 그리곤 그녀의 뺨을 살며시 어루만지며 고개를 틀어 다시 한번 입을 맞추었다. 살짝 닿은 입술은 짧게 한 번, 두 번. 그녀의 입가를 훑었다.
그녀가 그의 등언저리를 부여잡자, 그는 손가락으로 턱을 지긋이 눌러 입을 벌리고 조심스럽게 들어왔다. 살짝 놀라 뒷걸음질하는 그녀의 머리가 행여나 벽에 부딪힐까 머리뒤로 손을 얹어 벽에 몸을 살짝 밀었다. 벽에 두 사람의 몸을 기대고서 그는 그녀를 맛보았다.
가까워질대로 가까워져 두 사람의 몸이 서로의 몸을 달아오르게 했을 즈음, 그는 그녀에세서 입을 떼었다. 입을 떼자, 고개를 옆으로 돌리는 그녀를 가까이에서 바라보았다. 벌겋게 된 눈보다 훠씬 붉어진 뺨과 양쪽 귀를 보고서 어깨에 고개를 묻고서 푸흐흐, 웃었다.

"왜 웃어."
"아, 말하면 화낼것 같은데."
"뭔데."
"화 안 낼거야? 그럼 얘기 해주고."
"알았으니깐 말 해."

그는 그녀의 입술을 손가락으로 스윽 훑으며 귓가에 속삭였다. 귀여워서. 그 소리를 듣자, 그녀의 눈이 동그래졌다. 눈을 마주하고 픽, 웃자 그녀가 하이힐로 다리를 걷어찼다.

"아, 안 때린다며!"
"화 안 낸다고 했지, 안 뗴린다고 안 했어."

아까 울던 아가씨는 어디 갔는지 다시 새초롬해진 그녀를 보자 그는 마음이 조금 놓였다. 그것과는 별개로 다리가 굉장히 아파왔지만.
어느 정도 진정된건지 평소의 모습으로 돌아온 그녀를 보며 그는 살짝 웃었다. 대화가 사라진 두 사람 사이에 잠시 어색한 기운이 감돌았지만, 분위기를 바꾸려는 듯 그는 허리에 손을 얹고서 당당하게 말했다.

"쿠키, 배 안 고프냐?"
"...지금 밥 타령하는 거냐? 시라즈?"
"나 저녁먹으러 나왔다가 너 만나서 지금 이렇게 된건데? 아, 싫음 말던가. 난 먹고 들어갈테니깐 먼저 가있던가."
"...같이 가."

...저녁 아직 안 먹었으니깐. 눈을 피하며 그녀가 말했다. 아, 알겠다고. 가자, 쿠키. 이름을 부르며 바람에 차가워진 손을 살짝 잡으며 그녀를 이끌었다. 그녀가 눈을 크게 뜨며 따라오자 그는 뒤돌아 보며 환하게 웃었다. 이 주변에 냉모밀 맛집있대. 거기 가자. 그러던가. 맞잡은 손을 움켜잡으며 그녀는 웅얼댔다 .손 잡고 걸어가는 두 사람 위로 어둠이 내린 하늘의 별이 빛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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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카치카 히데요시-PS
카네키 켄-LS

혹 이해 안 가시는 부분이 있으시다면 트위터 @pain_gives 로 질문주시거나 댓글 달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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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데카네] Eclipse #2

[ TKG ] 2015. 3. 11. 21:47










아침을 알리는 알람소리에 부스스 눈을 떠 시간을 확인하였다. 오전 7시 35분. 학교에 가기 위해 준비해야 할 시간이였다. 평소와 같으면 이불에서 일어나 화장실로 향해 세수를 하고 양치를 하며 간단하게 샤워를 한 뒤, 옷을 갖춰입고 가방을 매었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은 달랐다. 몸을 일으키기는 커녕, 알람을 끄기위해 손가락만 간신히 움직였다. 몸이 잘 움직이지 않았다. 왜 이러지. 감기인가. 오늘은 학교를 쉴까. 그런 생각을 하며 이불을 끌어당겼다. 추웠다. 분명 봄일텐데 소름이 돋을 정도로 추웠다.

"연락...해야,하는데..."

목소리도 제대로 나오지 않아 핸드폰을 집어 문자를 보내려했다. 핸드폰을 들고서 홀드를 푸니, 손에 힘이 빠져 떨어리고 말았다. 아, 주워야 하는데...문자, 보내야하는데...
근데, 누구한테 보내야하더라? 왜 보내려 했지? 잡다했던 생각으로 가득했던 머리속이 멈추었다.. 손에서부터 한기가 어리기 시작하며 힘이 전혀 들어가지않았다. 내가 뭘 하려했더라? 아, 졸리다. 그렇게 나는 다시금 잠에 빠져들기 시작한 것 같다. 떨어져있는 핸드폰에 전화가 오는지도 모르고 말이다.

온 몸을 에워 싼 차가운 감각에 눈을 떴다. 밝은 빛이 들어오던 창문으로는 어느 새 노을빛이 들어오고있었다. 지금이 몇시이지. 그런 생각은 들지 않았다.
너무 추워. 잘 움직이지 않는 손으로 이불을 끌어안은 채로 중얼거렸다. 아무도 없는 방 안에는 한기가 감돌았다. 눈을 감고서 덜덜 떨고있던 나는 입술을 꾹 깨물었다. 입술을 짖눌렀자만 아무런 고통이 느껴지지않았다. 아, 이젠 아무것도 모르겠어. 멀어져가는 의식을 붙잡을 생각은 들지않았다. 그냥 지금은 자고싶었다. 자고 일어나면 나아지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나는 정신을 놓으려했다. 누군가의 목소리가 문을 두드리며 울려퍼지기 전까지는.

"카네키!! 너 전화도 안 받고! 문자도 씹고! 왜 학교 안 왔냐고!"

시끄러워. 손으로 귀를 막았다. 듣기 싫어. 듣고 싶지않아. 잘거야.

"문 안 열면 그냥 들어간- 어라? 열려있네? 잠시 실례하겠습니다."

꺼져있는 방 불을 킨 누군가는 나를 보고서 눈이 동그래졌다. 아마 이불을 덮은 채, 둥글게 몸을 말고있는 내가 보였겠지. 그런거 알게뭐야. 그냥 나는 지금 자고 싶어. 졸려. 눈을 감았다. 그래도 계속 누군가가 말을 건낸다. 뭔가 익숙한 기분이 들어. 눈을 뜨고 고개를 돌리니 누군가의 노란 머리가 보였다.

"카네키! 너 괜찮아?!"

카네키? 그게 누구지. 그것 보다도 저 아이는 누구일까. 왜 나에게 이러는 걸까?

"너 왜이리 몸이 차가워?! 세상에, 얼굴 창백한 것좀 봐!"

누군데 내 얼굴을 어루만지는 거야. 그 단순한 말 조차도 내뱉을 수가 없었다.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손가락과 발가락이 굳은 채 덜덜 떠는 것 밖에 할 수없었다.

"각성인가? 이렇게 갑자기? 별로 떨어져있지도 않았는데..."

뭘 어떻게 해야하지...? 이리저리 흔들리는 너의 눈동자를 멍하니 바라만 보았다. 뭔가 기억이 날 듯, 나지않았다. 저 눈, 본 적있는데. 무언가를 머금은 듯한 눈동자, 누구였더라. 나는 나오지 않는 목소리를 쥐어짜며 희미한 소리를 내었다. 히,데.

"카,네키?!!"
"...모,르겠어..."
"뭐?"
"난,누구야...넌,누구..."

모르겠어. 머리가 얼어 붙은 것같아. 바짝마른 입술을 움직이며 몸을 떨었다. 추워...너무 추워...점점 숨쉬는 것조차 힘들어 지는것 같았다. 몸이 말을 듣지 않는다.

" 이 방법 밖에 없나..."

그렇게 너는 중얼거렸다. 초점을 잃어가는 눈동자에 너의 얼굴이 비친다. 미안, 카네키. 조금만 봐줘, 그 말의 뜻을 이해하려하기도 전에 너의 입술이 나에게 닿았다. 살짝 벌어진 입술을 핥고, 빨았다. 숨이 쉬기 어려운 나를 배려하듯이 잠시 떼었다가 다시 입을 맞추었다. 이번에는 조금 깊게, 엄지 손가락으로 턱을 눌러 입을 벌린 뒤 혀로 치열을 훑었다. 혀를 부드럽게 움직여 입천장을 쓸어올리고 매만졌다. 숨이 가빠오면서 몸이 달아올랐다. 움직이지 않았던 손가락과 몸이 움찔거렸다. 나에게 질끈 감은 눈을 살짝 떠 너의 얼굴을 보았다. 이렇게 가까이 있는 건 처음인 것같아. 손으로 너의 뺨에 차가운 내 손을 대었다. 그와 동시에 너의 입술이 떨어졌다. 뺨에 닿은 손을 너의 큰 손으로 감쌌다.
따뜻해. 마주잡은 두 손을 타고서 너의 온기가 전해져 온다. 움직이기 힘들었던 몸이 조금씩 움찔거렸다. 어느정도 몸을 가눌 수 있게 되자, 나는 살며시 고개를 돌려 너와 눈을 맞추었다. 아직도 걱정어린 눈으로 나를 쳐다보는 너. 아, 그래. 따사로운 태양을 품은 눈. 너구나. 나의 태양인 너였어.

"히데..."
"이제 알아보겠어?"
"...응."

맞잡은 손을 꽉 잡으며 남은 한 손으로 내 뺨을 쓰다듬었다. 너의 손길에 미소가 떠오른다. 웃는 나를 보며 눈을 접으며 너는 웃었다. 눈을 느리게 껌뻑이며 바라보고 바라보고 또 바라보았다.

"뭐가 좋다고 웃어."
"글쎼, 잘 모르겠어."
"하여튼."

알다가도 모를 녀석이라니깐. 그렇게 말하며 너는 내 입술을 엄지 손가락으로 쓰다듬었다. 손가락이 쓸고 지나간 입술이 움찔거렸다. 나는 조금 더 너에게 안겼다. 그러자 너는 팔베개를 해주며 남은 한 팔로 나를 끌어안았다. 너의 품에 안겨 푸흐흐, 웃었다. 너는 나의 머리를 쓰다듬기 시작했다.

"카네키."
"응."
"나 잊지마. 절대로 날 잊지마."

아까 네가 못 알아봐서 얼마나 슬펐는지 알아? 나의 머리칼에 너의 숨결이 닿았다. 살랑거리는게 기분 좋았다. 물론 그것때문만은 아닌 것 같지만.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조근조근 말을 건네는 너를 느끼며 잠에 빠지기 시작했다. 점점 나른해져가는 정신과 힘이 풀리는 손과 발, 그리고 느리게 껌뻑이다 이내 굳게 닫힌 두 눈. 나는 그렇게 잠에 빠졌다. 그걸 아는 지, 모르는 지 너는 계속 내게 말을 건냈다. 아까 여기 오면서 되게 화났는데 널 보니깐 그게 또 싹 사라지네. 정말이지 우린 운명인가봐, 카네키. 그렇지 않아? 어라, 자나보네.

"사람 애간장 태워놓고선 자는 거냐."

행여나 잠에서 깰까 팔만을 움직여 이불을 끌어와 덮었다. 넌 추운 건 싫어하니깐. 그렇게 중얼거리며 살며시 머리카락 위로 입을 맞추었다. 잘 자, 카네키. 좋은 꿈 꿔야 해. 그리고선 자신도 눈을 감았다. 조용해진 방 안에 울려 퍼지는 시계소리와 서로의 심장소리를 들으며 태양과 달이 맞닿은 밤은 겹쳐진 채로 더더욱 깊어져만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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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데카네] Eclipse #1

[ TKG ] 2015. 3. 11. 21:45












아마 어머니가 떠난 그때 부터 였을까. 나는 입을 잘 열지 않았고 허공을 바라보는 게 나의 일상이 되었다. 무언가가 텅 비어서 찬 바람이 들어 닥치는 것 같았다. 공허한 마음에서 불어나온 바람은 나를 얼렸다. 점점 더 퍼져만 가는 감정을 알 수가 없었다. 슬픔이라고 정의 하기에는 덤덤했다. 눈물이 나오지 않았으니 말이다.
그렇게 나의 모든 것은 얼어가기 시작했고, 나는 차가운 가면을 쓰게 되었다. 누구도 나의 표정을 알 수없게, 나의 마음을 알 수없게. 나는 가면을 썼다.
그런 나날들을 보내고 있을 때, 너를 만났다. 아무도 관심이 없던 내게 손을 내밀어주고 웃어주던 너. 넌 나의 태양이야. 그렇게 생각하던 날이 많아질 수록 나는 네게 물들었고 너는 내게 스며들었다. 너는 나, 나는 너. 어딜가나 함께 붙어있었고 둘이서 이야기를 나누는 게 제일 좋았다.
어쩌면 당연한 소리일지도 모른다. 서로에게 부족한 것을 부족한 서로가 그 부분을 채워 준다는 것은. 나는 모든 것이 얼어 붙어 공허해져만 갔고, 너는 노랗게 불타올라 모든 공간을 채웠다. 당연한 일이야. 서로가 서로에게 끌리는 건, 정말로 당연한 일이야. 마치 태양과 달처럼. 너의 빛에 내게로 와 내가 빛을 낼 수있게 된 것처럼.

정말로 그랬다. 지금와서 돌이켜 생각해보면 우린 만난게 우연이 아니라 인연이였고, 운명이였던 것같다. 그걸 알게된건 중학생때 였을까? 그래, 그때였을거다. 네가 처음으로 '발작'을 일으키던 그 날.
너의 발작은 갑작스레 찾아왔다. 히데와 같이 점심을 먹고나서 나는 잠시 도서관에 들려 책을 읽겠다고 했고, 너는 알았다며 먼저 교실에 갔다. 어느 덧, 수업시간이 다가와 읽던 책을 도로 꽂아놓고서 교실로 향했다. 점심시간이 끝나가는 학교의 복도는 여느때와 다름없이 소란스러웠다. 그렇지만 유난히 우리 반이 시끄러운 것 같았다. 무슨 일인지 문을 열고나니 보인 것은 너의 모습이였다. 핏대를 세운 채, 소리를 지르며 눈물을 흘리던 너를.
책상을 뒤엎고 의자를 발로 차던 너의 모습이 너무나 낯설어 차마 다가가질 못했다. 주위의 친구들이 말려보라고 등을 떠밀고나서야 나는 너에게 걸어갔다.

"ㅎ,히데. 진정해."
"뭘 진정하라는 거야! 난 지금 아무렇지도 않다고!!"

너는 소리를 버럭 지르며 나의 멱살을 잡았다. 가까이에서 마주한 너의 두 눈은 평소와 같이 장난기 넘치치지도 않았고, 웃음을 머금고 있지도 않았다. 눈물을 흘리는 눈에서 느껴지는 감정은 오로지 분노, 그 뿐이였다.
당황해서 떨려오는 손으로 멱살을 잡고 있는 너의 손을 잡았다. 잡은 손은 뜨거웠다. 독감에 걸린 아이마냥 너무 뜨거웠다. 너의 눈을 마주하고서 말했다. 히데, 진정해. 그러자 사납게 노려보던 눈이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했다. 멱살을 잡았던 손에 힘이 빠져나갔다. 멱살을 풀고나서 너는 혼란스러워하는 표정으로 머리를 부여잡았다. 괜찮냐는 나의 물음을 무시하며 뒷걸음질치던 너는 비틀거리다 쓰러졌다.

"ㅎ,히데!!"

바닥에 정신을 잃고 쓰러진 너를 보고서 너에게 달려갔다. 바닥에 쓰러지며 머리부터 부딫혔는지 이마에 피 한 가닥이 흘러 내렸다. 그런 너의 모습을 보자 심장이 세차게 뛰었다. 어떻게 해야하지, 어쩌지. 그렇게 허둥대니 문이 열리고서 선생님이 들어오셨다. 선생님은 몰려있는 아이들을 헤치고서 너에게 와 상태를 확인한 뒤, 들쳐업고서 문 밖으로 나섰다.
나는 그 뒷모습을 바라만 보다가 고개를 떨구어 손에 남아 있는 온기를 바라보았다. 이상하게도 너무나도 뜨거웠던 너, 손 너머로 보이는 너의 핏자국. 네가 너무 걱정이 되서 미칠 것 같았다. 이 소란을 잠재우듯, 수업종이 울렸고 아이들은 웅성이며 주변을 준비하며 앉았다. 나도 멍하니 있다가 정신을 차리고서 자리에 앉았다. 이윽고 선생님이 들어오셨고, 들려오는 말은 너의 응급실행 소식이였다. 너의 온기가 사라진 손을 만지작 거렸다.
어떻게 지나간지도 모를 수업시간이 끝나고 혹시나 해서 꺼내본 핸드폰에는 문자 한 통이 와있었다 .너의 어머니였다. '히데는 XX대학병원 응급실에 있단다. 많이 놀랐을텐데 걱정하지 않아도 돼.' 시계를 보았다. 아직 수업은 한 교시나 더 남았다. 나는 핸드폰을 꽉 쥐고서 시간이 빨리 흐르기를 바라고 또 바라며 하염없이 시계를 바라보았다.





* * *





저기, 여기 환자중에 '나가치카 히데요시'라고 있나요? 다급한 나와 달리 익숙한지 간호사는 차트를 보더니 손가락으로 어느 방향을 가리켰다. 고개를 숙이며 감사함을 표한 뒤, 나는 알려주 방향으로 달려갔다. 익숙한 모습, 너의 어머니였다.


"아주머니!"
"카네키구나. 많이 놀랐나보구나."
"아,아니에요. 아주머니, 히데는요?"
"저기에 누워있단다. 아까 안정제를 맞고서 잠들었어."

다행이다. 잔뜩 굳었던 표정을 이제서야 풀 수있었다. 괜찮다는 말 하나에 불안했던 마음이 눈 녹듯 사라졌다. 머리에 붕대를 감고서 링거를 맞고있는 너를 보며 너의 어머니께 물었다.

"근데 히데 왜 그런거래요?"
"그게, 히데가 PS라고 하네. 각성과정중에 발작이 일어난거라고 하시더구나."
"PS요?"
"그래."

PS. 이제서야 평소와 같지않던 네 모습이 이해가 갔다.

"학생. 학생이 환자분을 만졌을 때, 조금 이상한 점 없었어요?"
"네? 그게...글쎄요?"
"혹시 화내다가 조금 진정되었다거나 그런건 없었어요?"

"그랬던 것같아요."
"음...학생, 잠시만 시간 좀 내줄래요? 학생친구한테 중요한 일이에요."
"네?"
"얼마 안걸릴거예요. 잠깐이면 돼요."

조금 두렵고 겁이났지만, 너에게 중요하다는 말이 나를 움직였다. 고개를 끄덕이고서 흰 가운을 입은 의사를 따라갔다. 아주머니는 걱정스런 눈빛으로 쳐다보시기에 괜찮을거라고, 금방 다녀오겠다 하고서 조금 뒤쳐진 거리를 좁히려 뛰어갔다. 의사선생님을 따라가니 조금 복잡하게 생긴 기계들로 가득 찬 어느 방에 들어섰다. 의자에 앉으라는 손짓을 따라 앉았다.

"피 뽑을 거니깐 팦 좀 걷어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아무런 설명도 없이 피를 뽑겠다는 간호사의 말을 듣고서 뭐하는 것인지 의문이 들었지만 그냥 수긍하며 팔을 걷어올렸다. 소독솜으로 핏줄 주변을 문지르고서 고무줄로 팔로묶은 뒤, 조금 굵은 바늘로 찔렀다. 약간의 통증이 느겨지며 피가 뽑이는걸 바라보았다. 채혈이 끝나고서 솜으로 주사자국을 누르며 잠시만 기다려달라는 말과 함께 간호사는 사라졌다.
말 없이 솜만 꾹꾹 누르며 약간의 시간이 흐르자 간호사와 함께 아까 본 의사선생님이 들어오셨다.

"학생, 이름이 뭐예요?"
"아, 그게. 카네키 켄입니다."
"음, 그래요. 카네키군. 조금 당황스러울수도있겠디만, 잘 들어주세요. 당신에게도 중요한 일이거든요."
"...네."
"학생이 히데요시군을 만졌을 때, 진정효과가 있었다고해서 혹시나해서 아까 채혈한 피로 PS,LS 양성반응검사를 해봤어요. PS검사에서는 음성반응이, LS검사에서는 양성이 나왔어요."
"네?"
"카네키군은 LS인것같아요. 자세한건 정밀검사가 필요하겠지만, 거의 확실하다고 보면 됩니다. 보통 각성 전이면 진정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데, 각성하지 않았는데도 이정도 진정효과가 나타나기도 드물거든요."


"아마 나가치카군과 카네키군이 서로 파트터로 배정될 것같네요."
"파트너요?"
"서로 가까운 사이면 효과가 더 강하게 작용해서 나라에서 그렇게 지정하고 있어요. 두 사람의 반응도 좋은 편이고요."

학교 수업시간에 언듯 들은 내용이다. 서로의 폭주를 막기 위해 파트너를 둔다는 이 이야기. 이런 일이 너와 나에게 일어날 줄이야. 나는 주먹을 꾹 쥐었다.

"그렇다면 저흰 이제 뭘 어떻게 해야하나요?"
"음...아마 정부에서 시행하는 간단한 교육을 받을 겁니다. 두 사람은 같이 지내는 시간이 많은 편이죠? 그렇다면 평소처럼 지내면 별 큰 문제는 없을 거예요."

평소처럼, 그냥 평소처럼 지내면 되는 걸까. 만약에 지금처럼 지내지 못하게 된다면...? 막연하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지금의 관계가 깨지게 된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본적 없다. 미래는 알 수없지만 그런 미래는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해 왔으니깐.
지금은 불안하다. 자꾸 좋지않은 생각만 난다. 늘 내 곁에 있던 네가 없어진다거나, 네가 나를 피하게 되지는 않을까. 머리속의 생각이 끊임없이 꼬리를 물고 물고 또 물었다. 불안해, 나는 네가 나를 떠나지는 않을까. 그런생각을 하며 눈을 질끈 감았다.
뒤에서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네가 깨어났다는 소리도 들려왔다. 나는 의자를 박차고 일어나 너에게로 뛰어갔다. 네가 누워있던 침대로 달려가니 놀란 눈으로 보는 아주머니와 움찔하다가 웃어주는 너의 모습이 보였다.

"카네키아냐? 이야, 문병와준거야? 감동인데?"
"히데..."

너는 웃으며 뺨을 긁적거렸다. 미안, 많이 놀랐지. 그렇게 말하는 너를 보니 눈물이 차올랐다. 변한게 없구나. 여전하네. 눈을 접으며 웃으니 눈물이 흘러내렸다. 너는 울며 웃는 나를 보며 당황한 눈으로 다가왔다.

"왜 울어, 카네키. 너 괜찮아?"
"응, 나 괜찮아. 괜찮아, 정말로."
"많이 놀랐구나. 아까 미안했어. 소리질러서 미안. 나 이제 괜찮으니깐, 그만 울어. 응? 카네키이!"

어째서인지 눈물이 멈추질 않았다. 네가 당황하는 걸 보고서 그치려했으나 그러질 못 했다. 말도 못하고 소리죽여 우는 나를 너는 껴안아주며 다독였다. 카네키, 울지마. 왜 그래. 내가 잘못했어, 응?

"히,데. 이제 괜찮아?"
"응응. 물론이지. 지금 완전 쌩쌩하다고!"

다행이네, 걱정 많이 했어. 너는 볼에 맺힌 나의 눈물을 닦아내 주었다. 흐릿해진 시야가 바로 보이며 네 웃음이 보였다. 그 미소를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녹아내린다.
혼란스럽고 소란스럽던 병원 응급실에서 너와 나는 말은 하지 않았지만 암묵적으로 평생을 함꼐하겠노라고 맹세하고 약속하였다. 나는 늘 네 옆에 있을게. 그러니 너도 내 옆에 있어줘.

그리고 내가 너를 잊는 건 조금 후의 이야기. 낮이지만, 달이 웃고있던 날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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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인 걸 알려주려는 듯, 휘몰아치는 차디 찬 바람이 얼굴을 휘익 감싸 얼려버린다. 아, 춥다. 그렇게 목도리 안으로 고개를 파묻었다.

"어우, 바람 장난 아니다."
"그러게. 으으, 춥다."

그렇게 이야기하며 발갛게 얼어붙은 손을 비볐다. 손을 바라보던 히데는 자신의 벙어리 장갑을 까닥까닥이며 움직였다.

"카네키, 장갑 없어?"
"응. 잃어 버린 것 같아. 아무리 찾아도 안 보이더라고."

주머니에 손을 집어 넣고서 카네키는 싱긋, 웃어보였다. 바람이 살짝 불어와 목도리가 팔랑거렸다. 목도리를 제대로 여미며 카네키는 긴 숨을 내쉬었다. 그러자 흰 입김이 뭉게뭉게 하늘로 날아올랐다.

"아, 춥다. 어서 가자, 히데."

유독 추위를 잘 타던 카네키는 조금 먼저 앞서서 걸었다. 그의 뒤를 따라 걷던 히데는 눈썹을 한 번 찡긋거리다가 그에게로 뛰어갔다.

"카-네-키!!"
"우왓! 뭐야, 갑자기."

팔을 휙 낚아채 주머니에서 손을 꺼내었다. 그리고는 손에 무엇인가를 얹어주었다. 온기가 남아있는 장갑이였다.

"한 쪽, 빌려줄게. 그거 써."
"난 괜찮아. 별로 춥지도 않-"
"거짓말, 손 이렇게 빨간데?"

히데는 손사래를 치던 손을 붙잡았다. 그에게 잡힌 손으로 그의 따뜻함이 느껴졌다. 정말 막무가내라니깐.

"알았어. 끼면 되잖아."
"그래그래. 빌려줄 때 쓰라고."
"근데 그럼 너랑 나랑 남은 한 손은?"

고개를 갸우뚱하며 손을 들어 올려 손가락을 까딱였다. 그런 카네키를 보고 씨익 웃으며 히데는 들어 올린 손에 자신의 손을 겹쳐 깍지를 끼었다. 그 행동에 당황한 카네키의 두 눈이 커지든지, 말든지 태연하게 자신의 패딩점퍼 안에 마주 잡은 두 손을 넣었다. 카네키의 얼굴이 붉어졌다.

"ㅎ,히데!!"
"이렇게 하면 따뜻하잖아?"
"그,그렇지만! 이건 좀..."
"아아, 춥다. 얼른 가자, 카네키이."

천연덕스럽게 웃으며 맞잡은 손을 끌며 걸어갔다. 그에 이끌리듯, 따라가던 카네키는 목도리에 자신의 뻘겋게 달아오른 얼굴을 묻었다. 불어오는 바람때문이 아니다. 너 때문이다. 그렇게 말하듯, 심장이 쿵쿵 뛰고 있었다. 아주 빠르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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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사사] Dreaming

[ TKG ] 2015. 2. 25. 23:59











살랑살랑 불어오는 바람에 커튼이 흔들거린다. 살며시 들어와 방 안을 맴도는 바람이 희고 검은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헝크러진 머리를 살짝 매만져주던 손길에 속눈썹이 파르르 떨리며 움직였다. 아직은 몽롱한 눈빛이 안녕너머의 눈을 바라보았다.


"이런, 깼니?"

"네."

"좀 더 자도 괜찮아. 아직 시간 많이 남았어."


그렇게 말하며 쓰다듬는 손길을 느끼며 그의 목에 손을 둘렀다. 그럼 더 자도 되나요? 물론, 늦잠만 아니라면 괜찮아. 느릿하게 눈을 깜박이며 말하는 하이세의 이마에 살며시 입술이 맞닿았다. 잠깐사이에 느껴지는 온기. 조금 얼굴을 붉히며 웃어보이자, 그는 손가락으로 뺨을 어루어 만지다 입을 맞추었다.
애태우듯이 간질간질하게 느껴지는 입술이 떨어지자 하이세는 발갛게 달아오른 뺨을 손으로 감쌌다.


"더 자라고 하더니, 잠을 깨우면 어떡해요."

"푸흐흐, 미안해."


너무 예뻐서. 그렇게 말하면 할 말이 없어지잖아요. 서로를 바라보며 이야기를 하고있었을 때, 옆에서 진동이 울렸다. 지잉지잉, 아리마는 소리가 나는 곳으로 손을 뻗어 핸드폰을 집었다. 진동이 금방 멎은 걸 보니, 아무래도 문자인 듯 싶었다. 문자의 내용을 확인하던 그는 이불을 살짝 걷으며 침대에서 일어섰다.


"무슨 일이에요?"

"국장님 호출이야. 먼저 가봐야 할 것 같아."

"역시 바쁘시네요."

"간만에 같이 있는건데 미안, 하이세."

"괜찮아요. 아, 저는 좀 더 자다가 준비하고 갈게요. 걱정하지마세요."

"그래? 그럼, 늦지않게 와."


그렇게 턱을 매만지며 말하는 하이세를 보던 그는 넥타이를 바로 매며 옷을 바로 입었다.
사랑해, 하이세. 고개를 숙이며 귓가에 속삭였다. 그 말을 들으며 그를 꼭 껴안았다. 한번만, 더 해주세요. 그 말 더 듣고싶어요. 그렇게 어리광을 피웠다. 그런 나를 보며 그는 다시금 말했다. 사랑해, 사랑해.
그거면 됐어요. 그의 등을 둘러쌌던 팔을 풀으며 웃었다. 그런 하이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의자에 두었던 자켓을 입었다. 다녀올게. 다녀오세요. 문 닫히는 소리가 들려왔다. 하이세는 다시 침대에 누워 이불을 감싸안았다. 그리고 살랑거리는 바람을 느끼며 눈을 감고 잠에 빠져들었다.







* * *







꿈을 꾸었어요. 당신이 더이상 따스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봐 주지않는, 그런 꿈을 꾸었어요.
조금은 슬프다고 생각했어요. 꿈 속에서의 저는 울고 있었거든요. 저를 보지않고 걸어가던 당신을 보면서 눈물을 흘렸어요.
하지만 지금와서 생각 해 보니, 어쩌면 꿈이 아닐지도 모르겠네요.

알고있거든요.
당신이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는걸, 머지않아 나를 떠날 것 이라는 걸 말이에요.
그게 현실이고 이게 꿈이라는 거, 알고있어요. 너무나도 잘 알고있어요.



그래도 그런 당신이 나를 안아주었으면 해요. 사랑해 주었으면 해요.

그러니 제게 거짓말을 해주세요. 사랑한다고. 사랑한다는 달콤한 거짓말을, 제게 해주세요. 그거면 충분하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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